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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tnik1122님의 서재

"여신이여." 다이달로스가 말했다.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죽을때까지 날마다 제물을 바치겠습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덕분에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다른 남자들도 그를 따라 말하고중얼중얼 기도를 하며 큼지막한 손을 접시처럼 위로 들었다. 몇 명은동방식으로 이마를 갑판에 댔다. 나의 일족은 은혜를 베풀면 대가로그런 식의 숭배를 요구했다.
목에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 바보들아, 내가 말했다. "내가 저 괴물을 만든 자다. 자존심과허영심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내게 감사한다고?너희 동료 열두 명이 죽었고 앞으로 몇천 명이 더 목숨을 잃겠느냐?아까 내가 그녀에게 먹인 약은 가장 강력한 약이었다. 알겠느냐, 인간들아?"
내가 내뱉은 말이 허공에 낙인처럼 찍혔다. 내 눈에서 뿜어져나온빛이 그들 위로 꽂혔다.
"나는 절대 그녀에게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상태 그대로남을 것이다. 영원토록 너희를 잡아먹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어나라.
일어나서 노를 잡고 다시는 내 앞에서 어리석은 감사를 늘어놓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랬다가는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니."
그들은 몸을 움츠리고 깨지기 쉬운 그릇처럼 벌벌 떨며 주춤주춤일어나 슬그머니 사라졌다. 머리 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열기가 갑판 위로 그대로 꽂혔다. 나는 망토를 벗어던졌다. 태양에 내몸을 태우고 싶었다. 뼈만남기고 모두 태워버리고 싶었다.- P152
새장 안에서 쩝쩝거리며 씹는 소리가 났다. 되새들이 잠잠해졌다.
"신들이 미노스 폐하의 왕국을 축복하는 뜻에서 새하얀 황소를 선물했습니다. 왕비님이 그 녀석에게 반하여 가까이서 보고 싶어하셨지만 녀석은 누가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을 쳤지요. 그래서 제가 나무로 안이 빈 암소를 만들어드렸습니다. 들어가서 앉을 수 있고, 그녀석이 잠을 청하는 바닷가로 밀고 갈 수 있게 바퀴도 달았고요. 하지만 저는 오로지...... 저는 꿈에도"
"아, 제발." 내 동생이 내뱉었다. "그리 더듬더듬 얘기하는 걸 기다리다가는 세상이 저물겠다. 내가 그 신성한 황소랑 떡을 쳤어, 됐어?
이제실 가져와."- P163
 처음에는 일탈적인 변덕으로 황소와 교미했나보다 하고 일축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는 충동에 휩쓸리는 법이 없었다. 충동을 무기로 활용했다. 그녀가 진솔한 감정을표정으로 드러내는 걸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던가? 출산 당시 그녀가 다급함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물을 살려야 한다고 외쳤던게 생각났다. 왜 그랬을까?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 안에 애정은 한 톨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에게 용도가 있다는 뜻이었다.
온 세상의 소식을 가져다주는 헤르메스와 보낸 시간이 정답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파시파에가 미노스와 결혼했을 때 크레테는 가장 부유하고 유명한 왕국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날마다 미케네와 트로이아, 아나톨레와 바빌론에서 새로운 왕국이 부상했다. 그리고 남동생 한 명은 죽은 자를 살리고, 다른 한 명은 용을 길들이고,
언니는 스킬라를 변신시켰다. 이제 아무도 파시파에를 화제로 삼지않았다. 그런데 희미해져가던 그녀의 별이 단박에 다시 반짝거리기시작했다. 이제는 온 세상에서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한 황소를 낳은크레테의 왕비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신들은 수수방관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기도가 그들에게바쳐질지 생각해보라.- P175
"아리아드네는 다르던데."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에게서는 희망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그 녀석을 뭐라고 부르기로 한지 아십니까? 미노타우로스요. 이소식을 알리기 위해 열 척의 배가 정오에 출항하고 내일 또 열 척의배가 뒤이어 출항한답니다."
"영리하군." 내가 말했다. "미노스가 그 괴물을 자기 자식으로 받아들여, 오쟁이 진 남편이 되기보다 내 여동생의 영광을 함께 누리려는 것 아니냐. 괴물을 낳고 자기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어준 위대한왕이 되겠구나."
다이달로스가 목구멍으로 소리를 냈다. "바로 그거죠."-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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