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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tnik1122님의 서재
  •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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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2
  • : 14,615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존재한 곳에서는 언제나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원시 부족에서 가장 앞선 사회에 이르기까지, 같은 구성원들로부터 짐을 꾸려 변경을 넘어가서 다시는 자신이 살던 땅에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 터였다. 추방은 인간 희극의 제1장에서 하느님이 아담에게 내린 형벌이었다. 그리고 몇 페이지 뒤에서 하느님은 카인에게도 그 벌을 내렸다. 그렇다, 추방은 인류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국외가 아니라 자국 땅으로추방하는 개념을 터득한 최초의 민족이었다.- P266
일찍이 18세기에 차르는 적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는 것을 그만두고 대신 시베리아로 보내는 형벌을 택했다. 왜? 왜냐하면 그들은하느님이 아담을 에덴동산 밖으로 추방한 것처럼 어떤 사람을 러시아 밖으로 추방하는 것은 형벌로서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로 보내면 추방당한 자가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해서집을 짓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추방당한 자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국 대신 자기 나라로 추방하면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게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국 추방은 시베리아로 보내든 ‘6대도시 금지‘형에 처하든 간에 자기 나라에 대한 사랑이 시간의 흐름에 부식되어 흐릿해지거나 시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손이 미치는 곳 바로 너머의 것에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이는 종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모스크바의훌륭하고 장려한 것들을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그 어떤 모스크바사람보다도 더 애틋하게 그러한 훌륭한 것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P267
"자, "노인이 재촉했다. "드셔보세요."
백작은 순순히 스푼을 입에 넣었다. 곧장 신선한 꿀의 익숙한 달콤함이 입안에 고였다. 햇빛, 황금색, 즐거움을 나타내는 꿀의 향이입안 가득 퍼졌다. 백작은 계절이 이맘때인 것을 감안하면 이 첫느낌에 이어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의 라일락이나 사도보예 환상도로의 벚꽃을 암시하는 향이 뒤따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영험한묘약 같은 벌꿀이 그의 혀에서 녹자 백작은 전혀 다른 어떤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꿀은 모스크바 중심부의 꽃나무가 아니라 풀이 무성한 강둑과…… 여름날 산들바람의 흔적과…… 퍼걸러의 아늑함.... 등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도 그 꿀에는 꽃이 만발한수많은 사과나무를 암시하는 또렷한 향이 있었다.
아브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아브람이 말했다.
과연 그랬다.
명백히 그러했다.
"얘들은 수년 동안 줄곧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아브람이 나직이 덧붙였다.
백작과 잡역부 노인 둘 다 지붕의 가장자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150킬로미터 이상을 여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한벌들이 이제 먼 여행의 한 점 목적지였던 자신들의 벌통 위를 별 모양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P270
백작은 거의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아브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대부의 책상 다리 안에 쌓인 금붙이 더미에 다시 집어넣었다(그 동전은그 후 28년 동안 거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6시 보야르스키가 문을 열었을 때, 식당 문을 열고 맨 처음 들어간사람은 백작이었다.
"안드레이." 그가 보야르스키 지배인에게 말했다. "잠시 내게 시간을 좀 내줄 수 있겠소......?"- P271
8시 30분,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처마를 때리는 빗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그는 반쯤 눈이 잠긴 상태로 시트를 젖히고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어 가운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다음다리가 세 개인 농에서 커피 원두가 든 양철통을 꺼내, 커피 그라인더에 원두를 한 스푼 넣고서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가 조그마한 손잡이를 계속 돌리는 동안에도 방은 여전히 미약하나마 수면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아직은 기세가 살아 있는 졸음이 시각과 감각, 형상과 형식, 얘기된 것들과 해야 할 것들에 계속그림자를 드리우며, 그 각각의 요소에 제 나름의 비현실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작이 그라인더의 작은 목제 서랍을 열자, 세상과 세상 속 만물이 연금술사들이 선망했던 바-갓 간 원두의 향-대로 바뀌었다.- P275
타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삶을 살던 사람이 엄청난 좌절을 경험할 때, 그 사람에게는 여러 대안이 주어진다. 수치감에 사로잡힌사람이라면 자신의 처지에 닥친 모든 변화의 증거들을 감추려 할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모은 돈을 도박으로 몽땅 날려버린 상인이라면 고급스러운 양복을 닳아 해질 때까지 입으면서 이미 오래전에회원권이 말소된 전용 클럽에서의 무용담을 줄줄이 늘어놓을 것이다. 만약 자기 연민에 빠진 자라면 자신이 축복을 누리며 살았던 세상으로부터 물러날 것이다. 아내 때문에 사회적 수모를 당하고 오랜 세월 고통을 겪은 남편이라면 집을 떠나 도시 반대편의 작고 음침한 아파트로 이사할 것이다. 아니면 백작과 안나처럼 그저 간단히 ‘초라한 자연맹‘에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리메이슨과 마찬가지로 ‘초라한 자 연맹‘은 긴밀한 형제애를지닌 조직으로서, 회원들은 겉으로 표시 내지 않고 돌아다니지만한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초라한 자연맹 회원들은 우아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몰락했기 때문에 어떤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아름다움, 영향력, 명성, 그리고 남한테 받기보다는베푸는 특권에 대해 알고 있으므로 쉽사리 감동하지 않는다. 성마르게 누구를 시기하거나 공격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자기 이름이언급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신문을 샅샅이 훑는 법도 없다. 그들은 여전히 동료들 사이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들이 나누는 인사에는 경계심이 깃든 찬사, 연민이 담긴 야심, 그리고 속으로 웃는 겸양이 배어 있다.-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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