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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tnik1122님의 서재

휠체어가 돌아서더니 유리 조각을 밟아 바스러뜨렸다. 그 눈길이 나와 마주쳤다. 한없이 지친 눈빛이었다. 어디 감히 동정 따위 할테면 해보라고 도전하는 듯했다.
나는 윌의 허벅지를 내려다보고 주변의 마룻바닥을 살폈다. 파손된 물건들 사이에서 하필이면 얼리샤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은 휘어진 은제 액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길고도 긴 몇 초였다.
"이 물건도 펑크가 나나요?" 그러다 내가 휠체어를 고갯짓으로가리키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잭‘을 어디 받쳐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그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한순간 내가 드디어 큰 사고를 쳤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보일락 말락 희미하기 짝이 없는 미소가 그 얼굴에 스쳤다.
"움직이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진공청소기를 가져올게요."
지팡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방에서 나갈 때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P84
"개망나니처럼 행동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말들이 고요한 허공에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휠체어가 정지했다. 한참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가 천천히 돌아서서 나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손으로는 작은 조이스틱을 잡고 있었다.
"뭐라고 했죠?"
나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가슴이 터질 듯 두방망이질했다. "친구분들께서 똥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고 쳐요. 좋아요. 그들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날마다 여기 오면서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생을 불쾌하게 만드시더라도 제 인생은 건드리지 않으시면 정말 고맙겠어요."
윌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한 박자 쉬고 다시 말했다. "그러면 내가 그쪽이 여기 안 오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그쪽이 저를 고용하신 건 아니잖아요. 전 당신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트레이너 부인께서 이젠 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안 나가요. 특별히 그쪽 걱정이 돼서도 아니고. 이 멍청한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그쪽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싶어서도 아니에요. 그냥 돈이 필요해서예요. 알았어요? 전 진짜로 돈이 필요하다고요."
윌 트레이너의 표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왠지 놀라움이 엿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자기 말에 토를 다는 일이 굉장히 낯선 일이라는 듯.
‘아. 망했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나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사고를 쳤구나.‘
그러나 윌은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눈길을 피하지 않자 또 재수 없는 소리를 하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휠체어를 빙글 돌렸다. "사진들이나 맨 밑 서랍에 다 넣어둬요. 알겠죠? 전부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윙윙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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