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 지도부의 주요 인물들은 누르하치와 홍타이지 두 사람의 조선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홍타이지가 새로운 칸으로서 무엇을 보여줄지 주시하였다. 조선에 대한 우려등 정치·외교·군사적 정황은 홍타이지 즉위 전부터 후금이 직면한 ‘만성적‘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누르하치가 죽고 홍타이지가 즉위한점이야말로 침공의 핵심 동인이 아니었을까?
홍타이지 편에서 그의 즉위를 바라보자. 누르하치가 비교적전제 권력을 행사한 데 비해, 홍타이지는 즉위 초기에 연정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명과의 전쟁에서 얻은 것도 대단치 않았다. 오히려 손실이 훨씬 더 컸다. 이에 따라 후금 군대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7대 원한의 명분도 적잖이 상실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홍타이지 그 자신이 오래전부터 대조선 강경파의 주체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들이야말로 새로 즉위한 홍타이지가 해결해야 할 급선무였다. 단기간에 성공해야 내부의 동요를 수습하기 쉬울 터였다. 홍타이지를 추대한 새 지도부의 이해관계도 대동소이했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있다. 각론에서는 이견이 분분할지라도, 누르하치 사후 새롭게 부상한 권력 집단은 후금 내부의 문제를 외부와의 긴장 고조 내지는 전쟁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그들은 같은 배를 탄 처지였다.-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