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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tnik1122님의 서재

「그들과 철학을 논한 적은 없나요?」「없소. 우리는 독일인이 아니오.」 리머스는 머뭇거리다가 애매하게 덧붙였다. 「내 동료들이 공산주의를 좋아하지 않는것만은 확실한 것 같소」「그게 당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해 줍니까. 예를 들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도 좋다는 건가요?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에 폭탄을 던져도 좋다는 건가요? 그게 당신들이 막무가내로 활동해도 좋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느냔 말입니다. 리머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우리라면 그게 통합니다.」 피들러가 말을 이었다. 「우리를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만 해준다면 나는 식당에 폭탄을 던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대차대조표는 나중에 만들면 되니까. 많은 여자와 아이들이 희생되었지만,
그만큼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기독교도들 •••••• 당신네 기독교도들은 대차대조표를 아예 만들지도 않을 겁니다」「왜요? 그들도 자신을 방어해야 하지 않나요?」하지만 그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믿습니다. 개개인의 영혼이 구원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지요. 그들은 희생의 가치를 믿고 있어요.」「나는 모르겠소.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스탈린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잖소?」
피들러는 빙긋 웃었다.- P181
자신의 속임수 속에 영원히 고립된 사람은 압도적인 유혹에 시달린다. 그 유혹을 알고 있는 리머스는 최선의 방어책에 의존했다. 혼자 있을 때라도 가면을 벗어 던지지 않고 자신이 채택한 성격이나 인격을 가진 인물로 살도록 자신에게강요한 것이다. 발자크는 임종할 때도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안부를 염려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창조력을잃지 않은 리머스도 자신이 창조한 인격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가 피들러에게 보여 준 성격,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안, 부끄러움을 감추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오만함은 그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성격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본래의 성격을 연장한 것이었다. 발을 조금 질질 끌면서 걷는 걸음걸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점, 음식에 대한 무관심, 술과 담배에 대한 의존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있을 때도 그는 이런 습관에 충실했다. 런던 본부가 저지른 잘못을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런 습관을 더욱 과장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거짓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위험한 사치였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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