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군신 관계(충)와 부자 관계(효)에는 근본적 차이가있었다. 군신 관계는 군주의 태도 여하에 따라 가변적이었다. 군주가 왕도를 떠나 악을 행하고 간쟁을 듣지 않으면 신하 스스로 군신관계를 끊고 떠날 수 있었다. 심지어 반정이나 역성혁명易姓革命도 가능했다. 곧 충은 영원불변의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였다. 이에 비해 부자 관계는 부모가 아무리 패악하더라도 자식으로서는 관계를 스스로 끊을 길이 유교적 테두리 안에서는 없었다. 이렇게 효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원불변의 절대적 가치였다. 바로 이 점이 조선이 고려 때와 달리 황제(천자)를 바꾸는 데에 심각한 이념적 부담을 가진 이유였다.-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