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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tnik1122님의 서재

그는 작가의 꿈을 버렸다. 그러나 그 꿈은 버려지지않았다. 그도, 나도 안다. 앞으로도 그에게 작가의 꿈은 버린 것과 버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상태로 살 것이다.
이런 림보에 사는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다. 그런데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화가 난다. 어쩌자고 이따위 종이 쓰레기 같은 책을 낸단 말이야? 겨우 이런 글을 인쇄하자고 나무를 베어냈어? 모든 재화가 과잉생산되고 시시한 물건들이 넘쳐나는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그는 유독책, 그것도 신간에 대해 분노한다. 이런 형편없는 책은 펴내면 안 된다고! 이따위 일기장 같은 책은•••••• 이런책은•••••• 나도 쓰겠다! 고백하자면 내가 바로 그랬다. 서점 신간 코너에 가면분노에 휩싸였다. 지인이 책을 냈다고 하면 관심 없는척하면서 내용을 몰래 살폈다. 그 책에 신통한 데가 없으면 그때서야 겨우 안심했다. 결국 나무의 소중함 운운은 그냥 핑곗거리였다.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같아 포기한 작가라는 거룩한 영예를, 다른 녀석이 제값을 치르지 않고 길에서 주웠다고 여겨서 부린 트집잡기였다. 정의감을 닮았지만 실제로는 질투심이다. 그흉한 감정은 내 책이 나온 뒤에야 겨우 사라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비슷한 시기심으로 고생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책을 쓰는 편이 낫다. 최악의 경우에도 전과 다른 차원의 독서가로 거듭날 수 있다. 한권의 책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부분이 어떻게 힘든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작품의 방법론과 기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피아노를 칠 줄 알면 라흐마니노프가 다르게 들린다.- P54
20대 초중반에 신춘문예 여러 곳에서 낙방했다. 출판사로 응답 없는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동안은 책쓰기를 포기하고 지냈다. 초짜 신문기자로 일할 때에는
"많이 보고 들어서, 퇴직하고 나면 그때까지 모은 소재로 소설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6년 8월21일에 (날짜도 기억하고 있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는데 그냥은 못 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틀에 박힌 기사만 쓰다 보니 너무 공허했다. 그래서 노트북을 펴고 젊은 신문기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환상적인 기분으로 눈을 떴다. 몇 년묵은 변비가 사라진 개운함. 나는 그런 글을, 소설을 써야 하는 사람이었던 거다. 재능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날부터 밤에 한두 시간씩 신문사나 세상을 위한 글이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썼다. 수면 시간은 조금 줄었지만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졌다. 장편소설 원고를 마치는 데 꼭 3년이 걸렸다.- P56
뛰어난 사업가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사업을 하면안 되는 걸까? 중요한 건 ‘뛰어난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사업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까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지난주에 생긴 것이 아니라면, 몇 년 된 것이라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써야 하는 사람이다. ‘의미의 우주‘에 한 발을들였고, 그 우주에 자신의 의미를 보태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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