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21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백인 우월주의가 오랫동안 정치판을 잠식했던 바로 그 주에서 유권자들은 그들의 첫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 상원 의원 레버런드 라파엘 워녹Reverend Raphael Warnock과 첫 번째 유대계 미국인 상원 의원을 기록적인 수치로 선출했다. 워녹은 재건 시대 이후 미국 남부 지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정치인 팀 스콧Tim scott에 이어 두 번째로 선출된 흑인 상원 의원이었다. 그날 밤 워녹은 옛날에 소작농이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지지자들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의 면화를 골라내던 여든두 살 어머님 손이 당신의 막내아들을 미국 상원 의원으로 뽑았습니다. 많은 사람은 그 선거 결과를 희망찬 민주주의의 미래를 나타내는 전조라고 봤다. ‘흑인 유권자도 소중하다 Black Voters Matter‘라는 이름의 단체를 공동 설립한 라토샤브라운 LaTosha Brown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남부가 떠오르고 있다. 더 젊고, 더 다양하고 (…) 그리고 더 포용적인 모습으로." 이는 시민권운동가 세대가 구축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미래였다.
다음 날인 1월 6일, 미국인들은 상상조차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부추긴 폭동이었다. 이로써 4년에 걸친 민주주의 퇴보가 쿠데타 미수로 정점을 찍었다. 그 광경을 지켜봤던 많은 미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그들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느꼈던 공포와 혼란, 분노의 감정을 똑같이 느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폭력의 흐름, 선거운동원에 대한 위협, 투표를 더 힘들게 만든 갖가지 시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대통령의 획책 등 미국인들이 목격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퇴보였다. 물론 2016~2021년 사이에 미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