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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nmot님의 서재
  •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헤르만 헤세
  • 13,500원 (10%750)
  • 2013-07-15
  • : 2,522

우리집 위에 옥상이 생겼다.
하루에 빨래를 두 번 해도 바짝 마를 수 있는 햇볕이 무진장 쏟아지는 이곳은 나의 정원이다.
겨우 상추 다섯 포기와 바질, 파뿌리 외 몇 가지 꽃나무가 전부이지만 해가 기울 무렵 한바탕 물을 주고 나면 아이들은 얼굴을 활짝 펴며 생기를 찾는다.
요즘같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거나 땡볕일 때는 겨우 얼굴이나 한번 마주치는 것도 다행이지만
바람 솔솔 불고, 햇살이 따사로이 비칠 때 옥상에 올라가 꽃나무며 상추와 바질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 있는 것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헤세에게도 그의 정원은 무한한 감동과 성장의 공간이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요즘처럼 비바람 몰아칠 때가 옥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많은 관심을 줘야할 때이다!
금세 진딧물이며 응애가 생겨 이파리는 물론 줄기까지도 몽땅 잘라줘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혼란과 고통에 찬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영혼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불화로 얼룩진 세상에 용기 내어 소리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이 헤세에게는 있었다.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보며 어찌 세상이 이리 돌아가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
흙은, 햇살은, 바람은, 그리고 그 기운으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거짓과 굴종으로 억압된 세상에서도 열심히 자라고 있다.
오늘은 노란 정원용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옥상이 아닌 시청에라도 나가봐야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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