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서 처음 내손으로 심고 가꾼 바질! 너무 잘 자라줘 꽃대 올라올때마다 싹둑싹둑 잘라 물꽂이해준 녀석들이다. 한여름 장마철 듣도보도 못한 응애녀석한테 점령당해 거의 포기했었는데... 박선생님 사모님 장례식장 다녀오니 이렇게 꽃이 피었다! 이 작은 녀석도 이리 안타까운데 하물며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빈자리는 얼마나 아릴까~ 선생님의 슬픔이 좋은 추억으로 잘 자리잡기만을 바랄뿐이다."
10여년 전의 바람대로 선생님 옆 빈 자리가 시로 가득 채워진 걸 보니 기쁘면서도 가슴이 또 아리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접힌 책갈피로 혹은 낮익은 글씨로,
...
일요일 저녁 밥상에 앉아
함께 술잔을 나누다 보면
조금 말이 많아진 붉어진 얼굴로,
화초 위에 맺힌 물방울로,
성모자상 앞에 놓인 묵주로,
잘 닦인 싱크대의 반짝임으로,
아침이면 커피 내리는 소리나 그 향기로,
신문 위에 놓인 붉은 테의 돋보기로,
때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가을만 되면 이미 소파에 놓여있던 담요로,
당신은 늘 거기에 그렇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