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밤에 잠을 자는 것도 뭔가 일이 된 기분이다. 잠도 잘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곤해서 자다가도 한 밤중에 깨는 일은 다반사다. 어렸을 때는 중간에 깼다가도 금세 다시 잠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시 자려면 한참 걸리니 깊게 푹 자고 싶은 마음과 함께 피곤함이 늘 가득하다. 그러다 다시마 세이조의 나무 밑에 깊이 낮잠을 자는 분홍 코의 귀여운 아기염소를 그림책으로 만났다.
아기 염소는 풀밭에서 엄청 신나게 뛰어 놀았나 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잠이 든 뒤로는 귓가에 잠자리가 귀찮게 날아다녀도, 야구공이 통통 튀어와도, 까마귀가 등에 앉아 시끄럽게 울어대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장난꾸러기 강아지와 고양이가 술래잡기를 하고 지나가도 커다란 사과가 머리에 떨어져 빨간 혹이 나도 말이다.
쌔근쌔근 깊이 잠든 염소의 모습은 늘 뛰어다니며 노는 것에 진심인 우리 조카 같다. 실컷 놀다가도 갑자기 전기가 훅 나가는 것 같이 “나 졸려!”하고는 잠에 쑥 빠져들어 잘 만큼 자야 뽀샤시하게 “잘 잤다.”하면서 일어나는 10살배기 조카 말이다. 놀 때는 정신 없이 놀다가도 일어나면 늘 언니를 찾는다. 그 전에 놀아 준 사람이 누구이던 간에 잠이 들 때나 잠에서 깰 때는 엄마가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되나 보다.
어떻게 생긴 혹인지도 몰라도 엄마가 와서 핥아주고 젖도 먹여주니 아기 염소는 이제 다시 뛰어 놀러 갈 일만 남았겠다. 편안한 낮잠으로 한껏 자란 염소가, 아니 우리 조카가 더욱 씩씩하게 자라나길 바래지는 멋진 책을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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