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스텔 톤은 따뚯한 바탕에 표지에는 여자 아이와 남자아이가 마주하며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 가운데 있는 뽑기 기계에서는 뭔가 즐거눈 일이 뽑힐 것 같은 예쁜 책이 내게로 왔다.
눈 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도 자신이 원인이 된 듯한 사고였다면, 우린 어떻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겨낸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주변에 어른들은 아이탓이 아니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만 희수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못하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한다. 자신 때문에 다른 어른이 걱정할까봐 무섭고 가기 싫은 미술치료도 받아야 한다.
그런 아이에게 매일 다녔던 학교 앞 문방구 뒤편에 새롭게 난 듯한 골목길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답답했던 아이의 마음을 호기심으로 이끈다. 거기에서 처음 만난 남자 아이는 말 못하는 희수에게 웃어주고 천천히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아이와 함께 뽑은 칫솔을 품고 집에 돌아온 희수, 그리고 그들의 저녁 식사에서 희수의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음을 알 수 있다. 내내 따뜻했던 책이 뭔가 오싹하고 서늘해진다.
내내 가족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던 희수는 좀 더 용기를 가지고 다시금 어제 가 본 새로운 문구점에서 만나 남자아이를 보러 나간다. 그런데 거기서 새로 만나게 된 여자아이! 희수는 그 아이와 마주하고 웃으며 요기를 내서 치과에 가겠다고 약속한다. 내내 그리지 못해던 그림일기를 그리고, 더러워진 운동화를 칫솔로 싹싹 빨아 햇빛에 말리고, 빠진 이 밑에서 다른 이가 튼튼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희수는 이제 조금씩 이웃들과 말하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상처받은 아이가 느리지만 천천히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뽑기 기계란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흔한 일상의 물건과 연결 시켜 환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는 이 책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