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스푸가 들려주는 세 나라의 교류 이야기
#11 세계 지도를 그리다
우리가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세계 지도는 서양의 발명품이야. 하지만 세계 지도를 처음 만든 건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었어. 500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지식이 더 풍부했고, 지도 제작 기술도 더 좋았거든.
누가 만든 지도일까?
세계 지도는 세계 여러 나라의 모습을 한 장의 지도에 그린 그림이야. 둥근 지구를 평평하게 쫙 펼쳐서 만든 세계 지도를 본 적이 있을 거야. 세계 지도를 보면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 수도, 영토의 크기를 알 수 있지.

이 지도 속에는 한중일 세 나라가 있어. 잘 모르겠다고?
가운데 커다란 나라가 중국이고, 오른쪽이 한반도, 그 아래가 일본이야.
이 지도를 한번 살펴볼까? 모양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을 그린 지도가 분명해.
그런데 중국의 왼쪽에도 우리나라와 크기가 비슷한 땅이 있는데, 지명을 읽어 보면 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유럽이 표현된 걸 알 수 있어.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래쪽에는 일본이 그려져 있지. 그렇다면 이 지도는 세계 지도구나.
이 세계 지도는 어느 나라 사람이 만든 걸까? 지도 맨 위에 한자가 쓰여 있어. 그렇다면, 한자를 사용한 나라가 만든 세계 지도라는 이야기인데, 중국 사람이 만든 걸까? 아니면 혹시 한국이나 일본 사람이 만들었을까?
조선이 만든 세계 지도?
이 세계 지도는 우리나라가 만든 지도야. 조선 시대 때 만들어진 지도지.
조선 시대 사람들이 세계 지도를 만들었다니, 놀랍지? 어떻게 아느냐고?
우선 지도 윗부분에 있는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꾸나. 옛날 한자로 쓴 글은 반드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해. 양쪽 끝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고 쓰여 있어. 이 세계 지도의 제목인 셈이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란 말은 무슨 뜻일까? ‘혼일混一’은 한데 모아 섞어서 하나로 만들었다는 뜻이고, ‘강리疆理’는 영토, ‘역대국도歷代國都’는 각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각 나라의 영토와 수도를 한 장에 담아 그린 지도라는 뜻이 되겠구나.
그 한자 밑을 자세히 봐. 깨알 같은 글자들이 많이 쓰여 있지? 이 글이 중요해.
세계 지도를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되어 있거든.
글을 쓴 사람은 조선 초기의 학자 권근이야. 읽어 보면, 1402년 권근이 왕의 명령을 받아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이 지도를 만들었다고 되어 있어. 어때? 조선 사람들이 만든 세계 지도가 분명하지?
그런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조선 사람들이 직접 현지답사를 해서 그린 지도가 아니야. 직접 그리려면 전 세계를 해안선을 따라 돌아다니며 직접 측량을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했겠지?
이 지도는 여러 장의 지도를 한데 모은 후 섞어서 만든 지도야.
그래서 지도 이름에 ‘혼일’이라는 글자가 붙은 거지.
조선을 실제보다 크게 그린 까닭은?
이 지도의 왼쪽 부분은 중국에서 만든 세계 지도를 참고해서 그린 거야. 중국과 아라비아 반도,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모두 중국에서 만든 세계 지도에 이미 있었던 거지.
권근이 참고한 중국의 세계 지도는 중국 원나라 때 만든 거야. 그리고 그 지도가 언제쯤엔가 우리나라로 건너와 권근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지.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은 황제가 되자마자 세계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했어.
“세계의 지도를 모두 모으고 하나로 엮어서, 짐의 영토가 얼마나 끝없이 넓은지 나타내 보여라!”
쿠빌라이 칸은 아라비아 출신의 지도 제작자를 책임자로 임명했어. 당시 아라비아는 뛰어난 지도 제작자가 많은 곳이었거든. 아라비아의 지도 제작자는 중국 사람들이 만든 지도들을 모았고, 아라비아를 그린 지도는 고향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 유럽과 아프리카 지도는 사신을 파견해서 구해 왔어. 그리고 서로 위치와 크기를 비교하며 한 장의 세계 지도를 만들었단다.
권근은 이렇게 해서 완성된 원나라의 세계 지도를 가지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있었어. 원나라의 세계 지도에는 조선이 너무 대충 그려져 있었거든. 영토도 잘못 그려졌고 내용도 틀린 것이 많았지.
‘그래. 우리 조선이 만드는 세계 지도인데, 조선 영토를 대충 그려 넣을 수는 없지. 조선 지도는 새로 그려야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교해 봐. 우리나라 영토가 실제보다 너무 크지 않아? 중국은 원래 우리나라 남한과 북한을 합친 것보다 영토가 44배나 넓은 나라야. 그런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의 4분의 1 정도나 되어 보여. 지금처럼 정확하게 넓이를 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선 사람들은 조선이 중국보다 훨씬 작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었지.
권근은 우리나라를 왜 이렇게 크게 그린 걸까?
세 나라가 함께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원나라의 세계 지도와 조선의 지도를 합쳤지만, 그것으로 세계 지도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어.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나라가 또 있지? 바로 일본이야.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 부분은 어떻게 그려 넣었을까?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완성되기 1년 전의 일이야.
조선은 일본에 사절단을 보냈는데, 그 중에는 ‘박돈지’라는 사람이 있었어. 박돈지는 일본의 수도 교토로 가던 도중에 ‘미나모토 쇼스케’라는 학자를 만났는데, 일본 지도를 갖고 있었어. 박돈지는 일본 지도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고, 미나모토 쇼스케는 박돈지의 요청을 들어주었단다.
박돈지는 미나모토 쇼스케가 보여 준 지도를 보고 감탄했어. 일본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거든. 박돈지는 이 지도를 달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베껴 그리는 것은 허락을 받았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 지도는 바로 박돈지가 베껴 그려온 지도를 보고 만든 거야.
이 세계 지도의 진짜 주인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조선 사람이 만든 지도인 건 분명해. 하지만 이 지도는 원나라가 그린 세계 지도가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어. 그리고 일본이 만든 지도가 박돈지의 손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지지 않았다면 완성할 수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 세계 지도는 세 나라가 함께 힘을 모아서 만든 거라고 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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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퀴즈★
조선이 만든 세계 지도로 원나라와 일본의 지도를 비교해 가며 각 나라의 영토와 수도를 한 장에 담아 그린 이 세계 지도의 이름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