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스푸가 들려주는 세 나라의 교류 이야기
#9 한중일 최고의 베스트셀러
《삼국지》 읽어본 적 있니? 책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만화나 영화로 보았거나, 삼국지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있겠지? 《삼국지》는 중국에서 탄생한 소설이야.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건국될 무렵, 그러니까 고려 시대 말기에 나온 작품이란다. 《삼국지》는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들도 많이 읽었어. 지금도 세 나라 사람들이 꾸준히 즐겨 읽는 소설이지.
이야기꾼, 희곡 작가, 소설가가 함께 만든 작품
《삼국지》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쓴 역사 소설이야. 역사 소설 《삼국지》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한번 살펴볼까? 먼저 중국 한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한나라가 세워지고 400년 정도 지났을 무렵, 조정은 간신들로 들끓었고 지방에서는 큰 반란이 일어났어. 이때 어지러운 나라를 구하겠다며 수많은 영웅이 나섰어. 조조, 유비, 손권이 그런 사람들이었지.
세 사람은 한나라 땅을 셋으로 나누었어. 그리고 조조의 아들 조비는 위나라, 유비는 촉나라, 손권은 오나라를 세웠지. 위, 촉, 오, 세 나라의 역사는 나중에 역사책에 기록되었는데, 그 역사책의 이름이 《삼국지》였어. 역사 소설 《삼국지》와 이름이 같지? 역사책 《삼국지》를 통해서 세 나라의 재미있는 사건이나 개성 강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졌단다.
역사책 《삼국지》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걸까? 당시에는 말재주가 뛰어난 이야기꾼이 많았어. 길거리에서 청중들에게 돈을 받고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들이었지. 이야기꾼들은 청중들을 모아놓고는 《삼국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이야기꾼들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을 지어내기도 하고 영웅들의 활약을 더욱 실감나게 꾸미기도 했단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졌어. 영웅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생겨났지. 그래서 어떤 희곡 작가는 배우를 등장시켜 연극을 상연하기도 했단다.

중국의 전통 연극인 경극에 등장한 관우와 유비의 모습이야.
역사책 《삼국지》가 이야기꾼과 연극을 통해 퍼져나간 지 1000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무렵,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역사책 《삼국지》에 이야기꾼과 희곡 작가가 지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소설책으로 엮었어. 그렇게 해서 완성된 책이 바로 세 나라의 스테디셀러가 된 역사 소설 《삼국지》야.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소설 《삼국지》의 제목은 잘못된 거야. 원래 나관중이 지은 제목은 ‘삼국지연의’였어. ‘삼국지연의’를 짧게 줄여서 ‘삼국지’라고 하다 보니, 《삼국지》로 잘못 알려진 거지. 이렇게 줄여 말하면 역사책 《삼국지》와 제목이 같아져 무척 혼란스러울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지금부터는 ‘삼국지연의’라고 고쳐 부르기로 하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명나라와 청나라 때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어. 수많은 출판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지. 그때 나온 《삼국지연의》는 100종이 넘을 정도였다고 해. 출판사마다 자기네가 낸 《삼국지연의》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책에 재미있는 그림을 넣기도 했다는구나.
“전하, 이 책은 절대 읽지 마소서!”
《삼국지연의》는 이웃나라 조선에도 전해졌어. 누가 언제 처음 조선에 가져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명나라를 다녀온 조선 사절단 일행이 가져오지 않았을까? 북경에 갔다가 서점에서 잘 팔리는 걸 보고 호기심에 사 왔을지도 모르지.
《삼국지연의》는 조선에서도 인기가 많았어. 첫 독자들은 양반들이었지. 일반 백성들은 대부분 한자를 몰라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조선은 유학을 숭상한 나라라고 했지? 유학에서는 역사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해. 하지만 소설을 읽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했어. 《삼국지연의》는 역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지어낸 소설일 뿐이잖아? 그래서 조선 유학자들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이라며 《삼국지연의》를 비판하곤 했단다.
그래도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어. 양반들도 겉으로는 “이런 책은 나쁜 책이야. 읽어서는 안 돼!”라고 말하면서 혼자서는 몰래 훔쳐보며 영웅들의 무용담에 흠뻑 빠져 들곤 했지. 이렇게 양반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삼국지연의》는 왕실에도 전해졌고, 심지어는 왕도 읽는 책이 되었단다.
어느 날, 선조 임금이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을 떠올렸어.
“장비가 장판교에서 큰소리로 꾸짖어 조조의 군사들을 달아나게 했지…….”
그러자 어느 신하가 “전하, 《삼국지연의》는 황당무계한 소설일 뿐입니다. 무뢰배들이나 읽는 책이니, 절대 읽지 마소서!”라며 임금을 나무랐어.
신하의 잔소리를 들은 선조의 기분은 어땠을까? 무척 자존심이 상했겠지? 하지만 이런 상상도 해보게 돼. 선조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은 그 신하도 어쩌면 《삼국지연의》를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그래놓고는 나쁜 책이라며 왕에게 잔소리를 해댄 건 아닐까?
컬러 그림이 들어간 《삼국지연의》
일본에서도 《삼국지연의》의 인기는 우리나라 못지않아.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역사 소설이지. 일본 사람들은 언제부터 《삼국지연의》를 읽었을까?

《삼국지연의》의 첫 장은 '도원결의'야.
복숭아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부분이지.
삼국의 사람들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영웅들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중국의 《삼국지연의》가 일본에 전해진 건 임진왜란이 끝난 후쯤이야. 조선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직접 전해졌을 수도 있지. 당시에는 중국에서 유학하며 공부하고 있는 일본 승려가 많았어. 어쩌면 일본 승려들이 귀국하면서 《삼국지연의》를 가져왔을지도 몰라.
《삼국지연의》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어. 일본은 조선보다 더 일찍 자기네 나라 말로 번역해서 출간했어. 그 정도로 백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지.
일본에서는 특히 그림이 들어간 《삼국지연의》가 큰 인기를 끌었어. 일본은 판화가 발달한 나라였어. 특히 색이 화려한 컬러 판화가 유행했지. 일본에서 나온 《삼국지연의》 중에는 400개가 넘는 컬러 그림이 들어간 책도 있었다고 해. 글만 읽어도 재미있는데 컬러 그림까지 함께 보면서 읽으면 얼마나 재미있었겠어?
세 나라가 함께 즐긴 《삼국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삼국지연의》는 세 나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어. 특히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조선에서는 《삼국지연의》를 읽으며 영웅이 나타나 외적을 막아주길 바랐고, 일본에서는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보며 충성과 절개를 가슴 깊이 새기곤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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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거짓으로 임금의 비위를 맞추고, 제 이익만 찾는 간사한 신하.
무뢰배 : 예의 없이 불량한 짓을 일삼으며 다니는 무리.
이 연재물은 책과함께어린이에서 출간될 어린이책의 내용 일부분을 미리 보여 드리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연재 정보와 필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연재를 시작하며'를 봐주세요.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원하시는 분은 곤란합니다.
★깜짝 퀴즈★
나관중이 역사책 《삼국지》의 내용에 이야기꾼과 희곡 작가들이 《삼국지》를 바탕으로 덧붙인 이야기를 모두 모아 엮은 역사 소설로 흔히 《삼국지》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 책의 이름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