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과 함께 노니는 집

▶ 지금까지 세 나라 사람들이 어떤 길을 통해서 서로 만났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등 세 나라의 ‘만남’에 대해 넓게 살펴보았어. 세 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를 함께 나누어 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간직하게 되었지. 서로에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도 했고 말이야. 이번 회부터는 세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살펴보자꾸나.



캉스푸가 들려주는 세 나라의 교류 이야기

#7 공자를 만난 세 나라




“부모님에게 효도해야 한다.” “선생님을 존경해야 한다.” “웃어른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런 말은 사실 공자가 했던 말이야. 공자는 너무 예절을 강조하는 것 같아 고리타분해서 싫을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가 알든 모르든, 공자의 가르침은 우리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어. 이것도 세 나라 교류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단다. 



죽었다가 살아난 공자


공자는 2500여 년 전 중국에서 태어났어. 그 무렵, 중국은 수많은 제후들이 땅을 나누어 싸우고 있었어. 왕이 있었지만, 제후들은 왕을 따르지 않고 서로 경쟁하느라 바빴지. 제후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좋은 인재를 등용했어. 인재들은 제후에게 나라를 다스릴 좋은 방법을 이야기했고, 제후의 마음에 들면 높은 관리가 되기도 했단다.


공자도 수많은 인재 가운데 한 사람이었어.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제자들도 많이 길러냈지. 그러다 보니 공자는 어느새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어떤 제후의 신하가 되었단다. 공자는 제후를 설득했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사회 질서를 먼저 안정시켜야 합니다. 

법보다는 예의와 도덕으로 사회를 안정시키소서.” 


하지만 제후는 예의와 도덕만으로는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 


“왕을 잘 받들어야 나라가 옛날처럼 편안해질 것입니다.”


제후는 이 말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자기가 왕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거든. 


결국 공자는 자신의 꿈을 세상에 펼치지 못하고 말아. 하지만 제자들이 공자가 살아 있을 때 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논어》라는 책을 만들고, 공자의 사상을 더욱 발전시켰어. 이런 공자의 사상을 ‘유가 사상’이라고 부르고, 공자의 학문을 ‘유학’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진나라의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 유가 사상은 탄압을 받았어. 시황제는 유가 사상이 담긴 책을 모조리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산 채로 땅에 파묻기까지 했지.


진나라가 멸망하고, 한나라가 세워진 지 60여 년이 흐른 후, 한 무제가 황제가 되고 나서야 유가 사상이 되살아날 수 있었단다. 유가 사상은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신하는 군주에게 충성해야 사회가 안정된다고 여겼지. 무제는 유가 사상을 널리 알리면,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듯, 신하가 군주에게 충성하듯, 백성들도 황제에게 복종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한 무제는 국립 대학인 태학의 문 앞에 유가 경전을 새긴 큰 비석을 세워놓고, 유학을 공부한 사람들을 관리로 뽑겠다고 선언했지.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비석에 새겨진 유가 경전을 떠내거나 베끼기 위해 줄을 섰어. 이렇게 해서 유가 사상은 점차 한나라 전체로 뻗어나갔단다.

 



조선으로 건너가 종교가 되다


유가 사상이 한반도에 전해진 건 삼국 시대 때야. 하지만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표 종교는 불교였어. 세 나라 모두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불교를 받아들였거든. 고려 후기가 되어서야 유가 사상이 중요한 사상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고려 후기는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때야. 고려의 임금은 몽골의 황족과 결혼해야 했고, 원나라를 자주 드나들어야 했지. 그런 임금을 수행하여 원나라를 오고가는 관리 중에 ‘안향’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당시 고려는 불교 세력의 권력이 매우 막강했어. 그러다 보니 관리와 짜고 부정부패를 저질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단다. 안향은 중국의 유학을 들여와서 고려를 유학의 나라로 만들면 불교의 부정부패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어.


성균관에서 유학을 공부하던 선비들을 유생이라고 하지.


안향은 유가 경전을 직접 베끼거나 공자의 초상화를 그려 고려에 가져왔고, 학자들에게 유가 사상의 이로움을 널리 알렸지. 유학자들이 점점 늘어났고 결국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웠어. 조선의 지배층이 된 유학자들은 불교를 억압하고 유학을 숭배하는 정책을 폈단다. 특히 과거를 보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유학을 공부해야 했어. 조선의 국립 대학인 성균관은 유학자들을 길러냈고, 공자를 받들어 해마다 제사를 지냈어. 그래서 유가 사상은 하나의 종교처럼 발전하여 ‘유교’라고도 불리게 되었단다.




조선 유학자를 만난 일본 승려


백제의 학자 왕인은 유가의 경전인 《논어》를 일본 야마토 왕조 때 전해 주었지. 하지만 유가 사상은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어. 유가 사상이 일본 곳곳에 널리 퍼지게 된 건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야.


임진왜란 때 끌려간 유학자인 강항은 일본에서 포로 생활을 하며 조선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한 일본의 승려가 강항의 집으로 찾아왔어.

당시 일본은 불교의 나라였는데, 일본 승려들은 불교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학문을 공부하기도 했단다. 승려인 후지와라 세이카는 특히 유학에 관심이 많았어. 그래서 조선에서 온 유학자가 자기 집 근처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갔던 거야. 후지와라 세이카를 만난 강항은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


‘조선에 돌아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 글이나 몇 줄 적어주고 돈을 벌어야겠다.’ 


하지만 후지와라 세이카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어. 더구나 유학자인 강항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승려복까지 벗어던지고 왔지. 강항은 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유학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단다. 그런데 강항은 가지고 온 유가 경전이 없었어. 그래서 자기가 외우고 있는 경전의 내용을 불러 주었단다. 21권이나 되는 내용을 후지와라 세이카는 한 글자도 빠짐없이 받아 적어 책으로 엮어냈지.


강항이 조선으로 돌아간 후, 에도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어. 그 편지는 에도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보낸 것이었어. 어지러운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유가 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유학에 정통하다고 소문난 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에도로 와 달라고 편지를 보냈던 거야.


일본의 서당은 ‘데라코야’라고 해. 절(데라)에서부터 시작되었지. 


후지와라 세이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원을 받아 전국에 유가 사상을 퍼뜨렸어. 지방마다 서당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기도 하고, 공자의 조각상도 널리 알렸지. 이런 노력으로 일본에 유가 사상이 널리 퍼지게 되었단다.




이후 세 나라에는 유가 사상이 제대로 자리 잡았을까?


일본에는 과거 제도가 없어서 유가 사상은 조선에서만큼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단다. 관리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었지. 대신 자유롭게 유학을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었고, 뛰어난 유학자들을 많이 길러낼 수 있었단다.

한국에는 지금도 유가 사상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어. 그런데 중국은 오히려 한국보다도 유가 사상의 영향이 적게 남아 있는 편이야. 유가 사상을 낳은 나라인데, 이상하지? 중국은 불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가 함께 있는 나라였어. 그래서 유가 사상을 중요하게 여기긴 했지만 다른 종교를 억압하지는 않았거든.


*

제후 : 일정한 영토를 가지고 권력으로 다스리는 사람.

막부 : 일본 특유의 정부 체제로 무신 중심의 정치를 펼친다. 

쇼군 : 막부의 우두머리.



이 연재물은 책과함께어린이에서 출간될 어린이책의 내용 일부분을 미리 보여 드리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연재 정보와 필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연재를 시작하며'를 봐주세요.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원하시는 분은 곤란합니다.



★깜짝 퀴즈★

한중일을 포함해서 동아시아를 '유교문화권'이라고도 하는데, 중국의 공자로부터 시작되어 정치적, 학문적, 종교적 부분까지 생활 곳곳에 퍼져나간 이 사상을 무엇이라 할까?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