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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스푸가 들려주는 세 나라의 교류 이야기

#3 어떻게 말이 통했을까?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한자가 처음 태어난 곳은 중국이야.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중국 은나라 때 갑골문이라고 부르는 문자가 있었어. 그 갑골문이 점점 발전해서 한자가 되었지. 한자는 중국 대륙에만 머물지 않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도 퍼져나갔어.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왜 한자를 받아들여 사용했을까?



한자는 어떻게 세 나라가 함께 쓰게 되었을까?


“우리도 말을 글로 적을 문자가 필요해. 하지만 우리에겐 문자가 없으니까 중국의 한자를 배워서 사용하자.”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며 한자를 받아들였을까? 

그렇지 않아. 두 나라가 한자를 받아들인 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앞에서 조공 책봉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왕들은 중국과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사신을 자주 파견해야 했어. 사신의 입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국 황제에게 전달하고, 사신의 귀를 통해서 중국 황제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사신의 입을 통해서만 주고받아도 될까? 그러다가 내용이 잘못 바뀌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잖아? 그런 일을 막으려면 문서로 전달하는 것이 정확했겠지? 그렇다면 어떤 글자를 사용해야 했을까? 두 나라는 중국의 조공국이니까 당연히 중국의 글자인 한자를 사용해야 했단다.





두 나라는 그렇게 해서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한자가 오직 외교 문서를 작성할 때만 필요했다면, 한반도와 일본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두 나라는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을 뿐 아니라, 중국의 선진 제도와 학문을 배우고 싶어 했으니 말이야.




외교 현장의 숨은 일꾼


세 나라가 한자를 사용하게 되고, 교류가 더욱 잦아지자 전문적으로 통역사를 길러냈어. 옛날에는 통역사를 ‘역관’이라고 불렀어. 역관은 자기네 나라 말은 물론이고 상대 나라 말까지 잘하는 관리였지. 세 나라는 사신을 보낼 때 항상 역관도 함께 보냈어. 역관은 사절단 일행을 늘 따라다녔는데, 특히 방문하는 나라의 황제나 왕을 만날 때면 반드시 옆에서 통역을 해야 했단다.



일본에 파견된 사절단 가운데 역관들의 모습이야. 역관 중에서도 우두머리인 역관은

앞에서 가마를 타고, 보통 역관은 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구나.


역관은 단순히 통역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상대 나라의 문화와 풍속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어. 지금으로 치면, 중국 전문가, 일본 전문가, 한국 전문가쯤 되었지.


그래서 세 나라의 문화 교류 분야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어. 사실 조선 시대 역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책을 구입하는 것이었지. 특히 중국에 간 역관은 외교 업무를 마친 후에 주로 북경(베이징)의 서점가를 돌아다녔어. 왕이 명령한 책들을 사기 위해서 말이야. 중국에서 어떤 학문이 유행하고 있는지, 어떤 책이 새로 나왔는지도 조사했지.

     



글로 나눈 대화


사절단은 나랏일을 마치고 나면 다른 활동을 즐기기도 했어. 각자 현지의 학자들을 만나 서로의 학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 나라의 사정에 대해 묻기도 했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 

세 나라 사신들은 현지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어.

 

역관이 도와주면 되지 않으냐고? 하지만 역관이 늘 따라 다니며 도와줄 수는 없었지. 

그래서 사신들은 현지 학자들과 만날 때 필담을 했어. 글로 써서 이야기를 나눈 거지. 

세 나라는 모두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필담을 하면 말로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어. 당시 세 나라 학자들은 늘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무척 빨리 쓸 수 있었거든.


조선시대의 실학자인 홍대용이야.

홍대용의 청나라 친구인 엄성이 이 초상화를 그렸다지.


청나라 사절단의 일행으로 북경에 도착한 홍대용은 서점 거리를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청나라 사람들을 만났어. 과거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는데, 홍대용은 그들과 금세 친구가 되었단다.


홍대용은 청나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어. 물론 필담이었지. 이들은 두 나라의 학문이 어떻게 다른지를 놓고 대화를 나누었어.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대화가 점점 깊어져 토론으로 발전했지. 그런 만남은 일곱 번이나 계속되었어.




필담을 나눈 후에는?


필담을 나눈 종이는 점점 쌓여 갔지. 나중에 그 종이는 어떻게 했을까? 그냥 버렸을까? 

필담을 나눈 종이에는 두 나라 학자들이 나눈 깊이 있는 토론 내용이 담겼어. 나중에 다시 살펴보면 공부가 될 내용이 무척 많았지. 홍대용과 청나라 친구들은 필담을 나눈 종이를 사이좋게 반씩 나누어 가졌단다.




*외교 : 다른 나라와 정치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하는 것.

이 연재물은 책과함께어린이에서 출간될 어린이책의 내용 일부분을 미리 보여 드리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연재 정보와 필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연재를 시작하며'를 봐주세요.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원하시는 분은 곤란합니다.

★깜짝 퀴즈★다른 나라의 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아는 데다가 다른 나라의 문화와 풍속에도 전문가인 관리로 다른 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꼭 함께 파견했던 이 관리의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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