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기도한다. 때로는 자기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역사와 현실, 이론과 실천, 미신과 과학, 허위와 진실, 너와 나, 인간과 짐승,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용광로에 던져 넣어서 힘껏 저어 섞은 다음 여기에다 다시 조미료를 넣고 착색료를 넣어 한 숟갈 맛본다고 할 때 그것의 진짜 맛을 알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색, 향, 맛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59
"내 결론은, 한마디로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어. 그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죽음을 생각한 적이 없지. 인생은 우리들에게 공정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우리들은 자기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으면 안 돼. 자기를 왜 그런 우두머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나와 그의 가치가 두 사람의 관계로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처럼 멍청한 이야기는 없어. 설령 죽어서 뼈가되더라도, 내 뼈의 인 함유량이 그의 것보다 많아서, 귀신불도 그의 것보다 밝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지."- P77
이것은 그가 현재 집필 중인 문제이다. 나라면 생각해 볼 것도 없이대답할 수 있지. 인간은 동물이다. 인류의 생존 경쟁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잔혹하다. 왜냐하면 인류는 계획을 세워서, 의식적으로, 목적을 갖고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의 저급한 욕망을 아름다운껍질로 덮는 기술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 대한 연구는 사절이다. 위험하니까!- P78
우리들은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가. 나도 곧잘 혼잣말을 한다. 그런 버릇이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마음속의 ‘자기‘는 하나만 있는것이 아니다. 하나의 ‘자기‘와 또 하나의 ‘자기‘가 늘상 대화하고 있는것이다. 고독한 사람일수록 마음속의 ‘자기‘가 많다. 그것이 그 사람과힘을 합해서 고독을 이겨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까 그녀가한 말은 무슨 의미인가. 젊은 사람의 행복이 부럽다. 그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완벽하게 행사할 수 있으니까‘ 라니? 이것은 그녀의혼잣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말은 마음의 목소리이다. 그녀는 뭔가 부자유를 느끼고 있으며, 그녀의 머리 속에 터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P125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도 말이 없어졌다. 이 이상 무엇을 더 물어볼 수 있으며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서로가 이미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어깨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반드시 자기의머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기는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으로서 무슨 일에 있어서나 ‘왜?‘라는 질문을 던져 왔노라고 말한다. 희극적으로 비극을 연기하고, 비극적으로 희극을 연기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저주하고 누구를 동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P169
"누구나 다 변해 가지. 변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저마다 ‘인간의 소재()에서부터 진정한 인간으로 변해 가는 거야. 다른 인생길이 다른 인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인간이 또다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지. 어떤 길에나 인간이 있고 어떤 인간 뒤에도 길이 있어. 길에는 우여곡절이 있고 인간에게는 부침 있어. 길은 서로 교차되고 인간이은 서로 부딪히지. 그것이 인생이야."- P232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론 당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알 리가 있나. 그러나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말은 난 믿지 않아. 자기의 필요에 의심을 갖는다든지, 두려워한다든지, 자신감이 없다든지 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P239
휴머니즘이라! 몇 번이나 비판을 했는데도 휴머니즘을 입에 올리고싶어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모든 것은 평등하고, 한마디로 계급 투쟁은 삼가고……. 듣기 좋은 말들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해치우지 않으면 이쪽이 당하게 된다. 사람아 아 사람아! 인간이란 모두 이렇다. 아침부터 밤까지 싸워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으면 더욱 악화된다!- P388
나는 알았다. 인간이건 귀신이건 또는 신이건, 역사의 거대한 손길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천의 검증을 받지 않고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자기의 장부를 제출하고 자기의 영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손을 햇빛 아래 펴 놓고 손에 묻은것이 혈흔인지 먼지인지를 검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같은 것은 먼지처럼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역사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것이다. 장부는 스스로 결산하지 않으면 안 되며, 영혼은 스스로 심판하지 않으면 안 되며, 두 손은 스스로 깨끗이 씻지 않으면 안 된다.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주고악마의 것은 악마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것은 용감하게어깨에 짊어지되 경우에 따라서는 얼굴에 새겨 놓아야 한다!- P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