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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엉덩이님의 서재
  • 게 눈 속의 연꽃
  • 황지우
  • 10,800원 (10%600)
  • 1991-04-01
  • : 2,149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보면
朝鮮八道,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P11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P15
끔찍하게 먼 길

외곽을 빠져나온 흰 영구차가 이윽고
붉은 흙길로 들어서고

사람 묻으러 가는 산

멀리, 민가의 미루나무 가지에 세든
고약 같은 까치둥지
 
덕지덕지 달라붙는 흙발을 떼며
잠깐 사이
인간세 뒤돌아보네

그 구덩에 하관할 제
그대 일생을 쓰레기 하치한 느낌

이제 가차워진 자기의 외곽을 보면서
다시 서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앞,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들이
하염없이, 즐겁게 꼬리 흔든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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