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몽이엉덩이님의 서재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 10,800원 (10%600)
  • 2020-04-10
  • : 6,449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하늘에 다녀왔는데
하늘은 하늘에서도 하늘이었어요

마음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무 말도 잡히지 않았어요

먼지도 없었어요

마음이 두 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 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가로등 불빛 좀 밟다가 왔어요

불빛 아래서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한 삼 개월
실눈만 뜨고 살 테니

보여주지 못하는
이것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P33
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한라봉 입술엔 쌓인 것들이 많다
나도 그 위에 함께 쌓여 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렇게 쌓여 있을 것이다.
겹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한동안 이라는 기간이 좋은 것이니까

수건은 젖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대
불은 자기를 흔들었던 초의 색을 기억한대
발전은 그 사람의 과거를 기억한대

영원히 말고
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
전화가 오면 수화기에 대고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다고 자랑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자랑해

손금을 따라 흐르던 바람의 색이 변하면
그때부터 비를 기다려
기다리다가 손바닥에 비가 찾아오면
손바닥의 온도로 인해 미지근해질 거야
사람들이 그러하듯 말이야

외로움은 커질수록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얇아진다고 했어

때려치우고 싶은 인연
이미 친해진 사람들 중에 있지
고르지 말고 익숙한 것들을 먼저 없애
편하지 않고 낯선 것들을 남겨
얇은 외로움을 유지해

모든 것을 떠올리기 싫어해봐
아까운 게 아니야
없애고 없애도
청소하다가 가끔 발견되고 그래- P47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