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배경에 알록달록 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드는 컬러의 일러스트. 표지와 제목, 그리고 그 속에 수록된 단편들의 이미지가 서로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책이다. <밤과 낮 사이>라는 제목은 -표지 디자인을 봤을 때-아무래도 영어로는 <Between the Dark>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 어둠이라고 직역하지 않고 밤과 낮 사이 그 어드매 정도로 의역된 점이 좋았다.
사실 한국의 단편소설집이야 많이 읽어봤지만 영미문학은 장편으로나 몇 번 접해봤지 단편집은 생소했다. 기껏해야 내가 읽은 단편집이라곤 중학교 때 사 읽었던 <엠 아이 블루>정도. 꽤 재밌게 읽었었기에 단편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구나, 하고 느끼긴 했는데도 또 다른 책을 선뜻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두툼한 두 권의 책이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또 읽다보니 속도가 붙더라.
1권의 첫 번째 단편인 <그들 욕망의 도구>는 왜 이 소설이 권의 문두에 자리 잡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글이었다. 마지막 반전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돋보이기도 했는데, 그런 ‘헉’하는 느낌이 가진 매력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면 <뱁스>. 이유는 기깔나고 노골적인 번역이 돋보였기 때문이랄까.
그나저나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장르소설가들이 모였다.’ 라는 문구가 먹힌다는 것은 좀 부럽다. 그들을 역시 동등한 문학인으로 바라봐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사실 우리네 문학계는 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장르소설 자체를 진정한 문학으로 쳐주질 않는다는 점에 있어- 장르소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순수문학이라고 부르는 것들, 인간의 성찰이나 자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글들이 진정한 문학이며, 그 외의 흥미 위주(?)의 책들은 배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사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어떤 뚜렷한 경계를 기준으로 나눠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굳이 나누어서 차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밤과 낮, 그리고 그 어둠 사이엔 보이지 않아도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성 넘치고 독특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르소설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