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4년 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나는 1학년 말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똑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바로 카페일이다. 원래 주말에만 일을 했었는데 이번 학기 들어서는 평일에도 학교를 마친 후 마감일을 하고 있다. 학교 내에 있는 카페다 보니 출퇴근이 쉽기도 하고, 사장님은 물론이거니와 멤버들이(설령 수십 번이나 교체가 되었더라도) 늘 착하고 성격이 좋아 별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커피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내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카페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먹어본 커피라곤 믹스커피가 다였다. 새내기 때 처음 선배들이 카페를 데리고 가줬을 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와 카페모카의 차이가 뭔지 몰랐던 나였다.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커피가 없으면 못 살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커피 맛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날은 에스프레소가 좀 쓰고, 어떤 날은 크레마가 잘 나오고, 그리고 그것들은 원두 로스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거, 뭐 그런 것들. 그리고 라떼 한잔에 칠팔천 원씩이나 한다고 투덜거렸던 합정의 한 카페에서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 뭐든 비싼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래봤자 전문가도 커피 마니아도 아니라 그냥 막 마시긴 하지만.
처음 책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카페 마실>이란 제목이었다. 여행이나 기행, 투어 이런 단어들이 아닌 ‘마실’이라는 말이 주는 정겹고도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맛집을 찾아서 가야지! 하고 결심해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곳저곳 하릴없이 돌아다니다가 간단히 밥 한 끼 하고 입이 심심해서 아무 카페나 들어갔는데 커피 맛에 감동해서 나오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글쓴이야 여러 군데 조사도 하고 입소문도 들어가며 발견한 곳들이겠지만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하여튼 그랬다.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고, 순서는 유럽-오스트레일리아-미국-일본 순이었는데 한국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감은 있었다. 시중에 이미 한국의 카페를 소개해 놓은 책이 많아서였는지, 아니면 딱히 소개할 곳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있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쯤 가보지 않았을까? 저자는 직접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고 나름대로의 품평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이 책의 내용을 꾸려나갔을 것 같다. 근래 이런 음식 소개 류의 책들은 마치 일기처럼, 혹은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낌과 감성을 따라가는데 충실한 편이라면, 이 책은 좀 더 전문적이고 까다롭다. 그렇기 때문에 용어나 표현 면에 있어서 좀 어렵고 생소한 느낌도 없잖아 있어 그냥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저 빠르게만 읽어내 봤자 지식도 감성도 얻을 수 없는 그런 글이랄까.
몇 달 뒤에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1년 동안 갈 예정인데 특히 유럽파트의 카페 이름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한번쯤 그 나라에 들렸을 때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안 좋아하니 마니 해도 막 오븐에서 꺼낸 베이글과 함께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있으면 곧잘 행복해하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