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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새님의 서재
  • 달려라, 돌콩
  • 홍종의
  • 10,350원 (10%570)
  • 2013-04-10
  • : 78

사실 ‘기수’라는 개념은 나에게 다소 생소했다. 소설의 첫 줄을 읽기 전에 발견한, '기수후보생의 교육과정을 일부 묘사했지만 실제와 상이한 점이 있다'는 문구를 읽으며 나는 ‘기수후보생이 뭐지?’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물론 곧 그 의문은 풀렸지만. 어쨌든 ‘농고’라든지 ‘채찍’이라든지 의미는 알지만 평소 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참 식상한 말이지만 세상엔 내가 모르는 많은 삶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기수’를 모집하는 공고는 오공일에게 있어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된다. 기수를 꿈꾸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버지는 경마 때문에 인생을 말아먹었지만- 오공일은, 그러니까 그 자신이 기준이 될 수 있는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는 자신이 약하고 형편없기 때문에 괴롭힘을 받으면서도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폭력의 세계에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오공일을 오공일로서 있게 만들어준 우공일과 보냈던 시간의 발전된 연장선이기도 했다. 어쩌면 우공일은 오공일의 삶의 주춧돌이 되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외적으로 재밌었던 건 오공일과 보민의 관계였다. 조카가 삼촌보다 두 살이나 더 많은 경우는 사실 흔치 않은 편이라 오공일이 두 살이나 많은 이에게 ‘형’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반대로 보민은 네까짓 꼬맹이가 삼촌은 무슨 삼촌이라고 콧방귀 뀌는 모습이 재밌었다. 반면 보민은 오히려 공일보다 더 제 삼촌에 대해 애정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매번 욕하고 틱틱대긴 해도 공일을 괴롭힌 이들을 혼내준다거나, 채찍을 선물해준다거나, 제주도로 떠날 때 모든 것을 대신 준비해준다거나 하는 배려들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둘의 관계가 재미있긴 해도 디테일에 있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건 이 소설의 전반적인 이 소설의 단점인 것 같다. 보민와 공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이리저리 얽히고 섥혀 있는 등장인물 모두의 관계가 다 좀 그렇다. 굉장히 재밌는 인물들을 많이 그려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들이 명확히, 실감나게 다가오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다들 좀 따로 노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지지부진해지지 않아서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많은 인물과 많은 이야기를 짧은 한 권에 다루려고 하다 보니 페이지가 벅차다. 그런 점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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