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오즈의 마법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어렸을 때부터 흔히 들어온 이 동화들의 공통점은 전부 ‘마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개중에서는 아름답고 착한 마녀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녀의 이미지는 거의 일정하다. 너덜너덜한 검정 고깔모자와 망토를 두르고, 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 주름 가득한 심술궂고 악한 여자. (사실 이 이미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마녀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일명 ‘해리포터 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개 마녀에 대해서 저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택광 교수의 <마녀 프레임>은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그러한 마녀魔女가 만들어 지게 됐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일명 ‘마녀사냥’이라고 하는 현상이 어떻게 과거를 거쳐 현대에까지 존재하게 됐는지를 프레임 이론에 입각해 설명하고 있다.
근대 국가에서는 한때는 적이었다가 갑자기 동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프레임이 변화하면 동일한 대상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어서
과거에 내린 결정이 한순간에 뒤집힌다.
마녀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희생양이다. - 11p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근대의 싹이 돋아남에 따라 굳건한 중세 세계를 돌아가게 만들었던 종교와 신이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어떤 굳건한 믿음이 이전에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이론에게 도전을 받고 심지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면 구론과 신론 사이의 격렬한 대립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혼란의 과도기를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항상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흘러온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넘어가고 있는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마녀사냥’ 또한 존재한다.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이 세상 존재들 중에서 가장 나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의 탓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설령 자신이라면 모르겠으나 많은 경우에 대상은 타인이, 그것도 소수가 되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중세에서 마녀로 몰렸던 여성들은 그 자신을 포함에 수많은 주체들로부터 ‘탓’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세인들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법을 의심했다는 사실이다.
중세는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였고 이 규칙이 흐트러지면
악마나 마녀가 마법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97p
사실 현대에 들어 그러한 ‘마녀사냥’이 더 줄어들었는가, 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온갖 정보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사실인양, 혹은 거짓인양 빠르게 퍼진다. 어떠한 검토도 거쳐지지 않은 채로 퍼지고 변형된 정보들은 마치 흙바닥에 뿌려진 소금 알갱이 마냥 결코 원상태로 복구될 수 없다. 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을 거치며 마녀가 되어가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화형은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