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감칠맛나는 행복으로 살다
  •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이브 엔슬러
  • 16,920원 (10%940)
  • 2024-04-22
  • : 2,120
2024년 5월 2일 목요일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표지도 그랬다. 척추뼈가 도드라진 등이 인상적이었다. 저마다 드는 생각은 다양할 것이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포옹 그리고 가만히 등을 토닥이면 따뜻한 위로가 되니까. '아니, 내 등이었네..' 샤워기를 등에 대고 따뜻한 물을 흘려보낸다.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의 따뜻한 온도가 마음 안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슬픔을, 마음의 정신적 고통에 잠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할수록 더욱 깊숙이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라고 말했고 나는 그 시간이 까마득하게 멀 것만 같아 싹둑 잘라 버리고 싶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고통과 슬픔으로 깨끗이 해방되고 싶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이 고통과 나란히 가고 있지만 삶의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라고, 그에 대한 당연한 현상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종종 삶에 대한, 내 생각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들어 이리저리 헤매인다. '내용과 모양은 다르지만 타인은 어떻게 걸어갈까?' 자, 이제 만나보자!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분명한 건, 이야기를 만나기 전과 이야기를 만난 후는 다를 테니. '제게 말해주세요! 확신을 주세요! 잘 걸어가고 있다고..'

2024년 5월 9일 목요일
"그들은 두려움과 무지, 의심을 내 안에 밀어 넣으며 거친 두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지 그러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원서의 제목은 'Reckoning', 한국어판 번역서 제목은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두 제목을 놓고 가만히 생각한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들은 이미 벌어지고 우리에게 고한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는데 그만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만나자.. '이 마음의 어둠을 모조리 거둬 가세요! 모조리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바람과 달리 자꾸만 맴도니,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오늘은 정말 작정하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르는 악행에 몸서리친다. 이들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보잘것없다.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2024년 5월 13일 월요일
그나저나 걱정이다. 읽어야 하는데 읽을수록 두렵고 마음이 아파..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난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어.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고, 누군가는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험난한 길이라는 것.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주저앉아버릴 수도 없는 현장의 참혹함이.. 나는 그들 의인처럼 되지 못하네. 가슴 아파할 뿐, 이것은 슬픔을 껴안았다고 할 수가 없다.. 마저 읽어야 하는데 두려워.. 차라리 읽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이후로 힘든 이야기다. 책을 덮고 숨 고르기를 해야 했던 이야기들.. '그들의 슬픔이 너무 거대해서 나는 그 슬픔을 껴안을 수 없네..' 심호흡을 하고 만나야 하는 이야기. 책을 밀어놓고 창가에 모여든 햇살을, 햇살 아래 누워있는 나의 고양이들을, 헨델의 Passacaglia 피아노 음악을 곁에 두고 있다. 다섯째 시루가 다가와 햇살의 온기를 머금고 아장아장 품 안으로 왔다. 시루의 다정한 포옹과 온기가 가만히 스며든다.

2024년 5월 15일 수요일
"모든 생존자와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여정, 자기만의 과정, 자기만의 때가 있습니다."
"폭력은 제 존재의 구성 성분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 모든 세포와 피, 몸 전체를 공포와 걱정, 죄책감, 두려움으로 채워놓았어요."
"우리는 폭력이 실제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잿더미에서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었던 많은 여자는 그 무엇보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어떤 의미인지 가해가 정확히 깨닫기를 바랐습니다. 여자들은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기 위해서 그 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 그들은 가해자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기가 저지른 폭력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듯 사과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과에는 실행이 따라야 하며 실행에는 방법이 중요하니까요. 사과에는 기도만큼이나 헌신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기꺼이 간청하고 겸허해져야 합니다. ··· 저는 사과가 우리를 깨끗이 씻어주고 새살을 돋게 하며 계속해서 나가게 하는 연고이자 약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배워야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생존자들은 종종 '이제 그만 가해자를 용서하고 남은 삶을 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합니다. 저는 우리가 용서를 사용하는 방법이, 진정한 용서가 있기도 전에 어떻게 해서든 반성이나 이해처럼 꼭 필요한 과정을 건너뛰는 세태가 무척 우려됩니다. ··· 여기에서 용서는 피해자의 것이 아닙니다. 이런 용서는 일면 명령처럼 느껴지며 충분한 소통과 사과의 행위 없이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죄책감,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해방시키지 못하는 의미 없고 텅 빈 형식일 뿐입니다."
"우리의 아픔을 가두고 감시하고 처벌하고 비하하지 않고 근원적 이유를 밝히고 치유하는 세상을 말이에요."
"그리하여 나는 썼습니다. 쓰고 또 썼습니다. 쉬지 않고 쓰며 영리한 말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 모든 것을 환히 밝히는 말, 세상이 깜짝 놀랄 말, 그래서 진실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문을 여는 그런 말, 이 악몽을 되돌릴 주술 같은 말을 찾기 위해서 말이에요."
"잠에서 깨자 나는 생각했어요. 오, 이것이 바로 정의구나."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신체적, 감정적, 심리적 고유성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그것은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 저마다의 감정적, 신체적 특성에 맞추어 서로를 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이 책은 내 지난 45년 인생을 담은 책이에요."
동그란 지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외면하고 싶을 만큼 끔찍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직접 그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비록 작은 힘이라도, 그것을 아주 잘 알고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치유는 진정한 온기를 가진 자만이 도울 수 있다.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보살펴 치유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이, 함께하는 힘이 참 절실하다. 나는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 #이브엔슬러 #푸른숲 #책추천 #도서추천 #책으로산책하는시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