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라박님의 서재
  •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아니 에르노
  • 11,700원 (10%650)
  • 2021-07-22
  • : 1,479

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 Je ne suis pas sortie de ma nuit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김선희 옮김


아니 에르노는 4월 20일 일요일, 50세 때 찍은 어머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어머니는 꼭 살아있는 느낌이었고, 흑백사진이었지만 햇빛이 내리쬐고 있어서 마치 컬러사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는 아니. 나도 그의 글을 읽고 있자니 그가 있었던 시간과 장소에 함께 있는 듯 답답함과 죄책감, 슬픔 그리고 희망 또는 그리움 적혀 있지 않지만 느껴지는 그의 감정들이 흘러들어온다. 흑백의 종이와 텍스트가 마치 살아서 그의 마음을 꽉 안아주고 있는 듯하다.


알츠하이머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에게 꽤나 큰 인상을 주었다. 영화 스틸엘리스나 故 박완서 작가님의 포말의 집 등. 여러 이야기들 속에 등장한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두려움과 슬픔 막연함을 가져다 준다. 

아니 에르노가(소설이지만 그는 허구는 쓰지 않기에 화자/작가아 아니라 언니의 이름을 그냥 쓴다) 담담하게 하루의 일상을 써내렸기 때문일까? 나는 그에게 자꾸 말을 건네고 싶다. 


그의 소설들을 거의 대부분 읽었다. 그는 인생을 글로 썼고, 그 글은 나에게 또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어릴적 부터 청소년-대학생을 거쳐 중년을 넘어가는 그의 일생동안 어머니는 언제나 등장했고, 그의 곁에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자니 더 마음이 먹먹했던 것 같다. 


책의 절반을 넘기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입술을 앙다물고 읽었다. 한 번 읽었던 책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내 삶에 뗄 수 없는 사람의 변화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겪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시느니 차라리 미쳐서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에 동의하며, 고르고 골라 몇 문장을 골랐다. 그래도 아니 에르노님, 문학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했고, 당신의 어머니도 그 많은 사람들 속에 포함될 거라고 저는 믿고 싶어요. 


서평을 써야하는데, 서평을 쓸 수가 없다. 누구라도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인생을 함께 걷게 된다. 아니 에르노가 노벨 문학상을 타고, 그를 소개하는 글 중에 '칼 같은 글쓰기'라는 말이 두드러지게 쓰이는 것을 보았다. 그럴까? 어떤 좋은 의미로 표현되었던 간에 나에게 그의 글은 칼보다는 따듯하고, 그보다는 뜨거운 아니에르노 그 자체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녀의 일상, 삶 자체가 역사이며 많은 여성들의 서사이다. 






어머니는 내 친구가 날 만나러 올 때면 "아니! 누가 찾아왔다"하시며 기뻐하곤 했다. 어머니는 방문을 아주 중요시했다. 그것은 사랑의 증거이며 타인의 마음 속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징표라고 생각했다. - P94
어머니는 받기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인정받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게다가 내가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는 방법이 아닐까?
- P112
안경 쓴 여자가 울면서 "죽어버리고 싶어"라고 말하자 항상 눈이 붉게 충혈된 남자, 바로 곁에 있던 남편은 "나를 말려 죽이는 건 바로 너야"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마도 그 말이 사실일 것이다.
- P128
(이렇게까지) 괴로울 줄은 미처 몰랐다. 어머니를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 순간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예측조차도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느니 차라리 미쳐서라도 살아 있기를 바랐다. - P146
어머니를 위하여 세상에 남겨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뭔가 글로 쓴인 것 외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동안의 기록을 책으로 펴낼 생각을 하니 두렵다. 문학은 어머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P149
감동적이지도 않은 이 말들을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언급해야 하는가 보다. .. 사람들은 고기의 어떤 특정 부위를 꼼꼼하게 고르느라 늑장을 부렸다. 정말 지겨웠다. - P150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