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온전한 고독
크사나 2020/01/3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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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고독
- 강형
- 12,600원 (10%↓
700) - 2019-12-23
: 249
짧은 동화같지만 깊은 잠언이기도 하다.
들어주는 곳, 들어주는 일, 들어주는 사람이 아름답다.
따스하고 쓸쓸하고 재미난데 처연하다.
"일어나보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남편과 내가 보이더군요. 그때 문득 사막을 흐르는 강 와디가 떠올랐어요. 사막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흐르는 강을 와디라고 하죠. 그 와디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잠시 흐르는 사막의 강에 물고기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죠. 어렸을 때 그 얘기를 듣고 신기했어요. 혹시 호수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하늘 혹은 사막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 물고기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어느 날 바다에 일어난 회오리바람을 타고 이동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와 함께 사막에 내려 와디를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했었죠. 제 주검을 내려다보며, 저는 와디를 흐르는 물고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잖아 말라붙을 강을 환호하며 헤엄친 물고기......"
릴리는 그가 고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고독하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고독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면서 잔잔한 물결소리를 냈다. 피터는 고개를 들고 나무를 바라보았다. 연한 나뭇잎들이 환한 햇살에 뒤채며 인간의 아이들처럼 소리내어 웃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터는 일어서서 관리실을 향해 허청허청 걸으며 생각했다.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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