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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님의 서재
  •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 이지은
  • 13,500원 (10%750)
  • 2021-11-15
  • : 328


나는 출판편집자를 희망하는 예비 출판편집자다. 나보다 먼저 편집자의 길을 걸어온 분에게 편집자라는 직업의 현실과 업계의 상황을 듣고 귀가했던 날이 생각난다. 출판계는 단군 이래로 불황이라는 말과 편집자는 박봉이라는 말, 길은 많으니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다른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는 말. 흔하게 들어온 이야기였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맥이 탁 풀렸다. 아직 결정의 기로에서 서성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따끔한 조언이자, 어쩌면 정말 후배가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나누는 애정 어린 조언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출판편집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나는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이 책을 기대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출판편집자로서 정식으로 일해본 적이 없기에 편집자의 일 이야기에 늘 목말라 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내심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내 세계는 점점 넓어집니다’라는 문구를 보고서는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직업을 향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

이 책은 15년 동안 책 만드는 삶을 살아온 편집자가 자신을 스쳐 간 생각과 경험들, 고민과 보람들을 담은 책이다. 어떻게 일을 하는지,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지, 어떤 고민을 통해 어떤 원칙을 세웠는지,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해 어떤 시도를 해왔는지. 책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 업계에서 15년 차. 여러 산전수전을 겪고 나서도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퇴색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책 만드는 일은 협업이라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사람과 얼마나 많은 소통이 오가야 할까. 그것을 생각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협업에 있어 꼭 필요한 자세는 배려라고 말한다. 친절함의 미덕. 오랜 경험으로 축적한 것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황을 주도하는 법이 아니라 배려를 건네는 것이라니. 무언가 초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일은 (비록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편집자의 일인지 정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능동적인 것 같다. 누가 시키기 때문에 그저 해치우는 식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책을 위해, 저자를 위해, 그리고 편집자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 나도 그런 일이 하고 싶다. “일이 잘 되게 하는 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부분이 있다. 결국 저자의 ‘좋아하는 마음’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애정과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만 써주세요.

무엇이든 쓰면, 그다음은 제가 정리해볼게요.”(29p)

자신의 일을 향한 애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어떨 때는 저자가 출판편집자를 준비하는 내게 ‘괜찮아. 지금처럼 쭉 밀고 나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도 편집자와 같은 존재가 필요했나 보다.

저자가 가진 ‘좋아하는 마음’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책을 제공해 주신 달 감사합니다.

 

나는 책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나 좋다. 시간을 돌려서 직업을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이 길을 처음부터 제대로 걷고 싶을 만큼.-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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