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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헤어지기까지, 끊임없이 우리는 생각을 한다.  인류가 노래를 부르고 글을 적을 줄 안 순간부터 수많은 노래와 글이 사랑을 다뤘지만, 이 책만큼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리를 철저하게, 그리고 물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게다가 위트를 섞어 요리한 사람이 있을까?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고,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다, 헤어지고, 사랑에 좌절하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뭇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극적인 로맨스가 아니다. 어느 연인에게나 있을 법한 너무나도 익숙한 사건들이 일어날 뿐이다.

이  소설은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화자의 심리 상태가 중심이 된다.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서술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사랑이란 감정을 그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사유하고, 해석을 시도하고, 판단한다. 등장인물 여러 사람의 심리를 초월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집요할 정도로 한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서술자의 이야기는 더욱 진실성을 지니게 되고, 자기의 이야기를 솔직히 토로하는 듯한 이야기에 독자는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며, 주인공의 행복과 슬픔에 더욱 동조하게 된다.
잘 모르는 제 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친구가 나에게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는 듯한 착각과 그에 대한 몰입. 이 소설은 그렇게 독자를 자기 편으로 만들며, 소설이란 공적인 이야기를 너와 나만이 은밀히 공유하고 있는 사적인 이야기로 바꾸어 낸다. 그리고 울고 웃는 과장된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차분하고도 담담한 화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손바닥도 치고, 고개도 끄덕여가며 그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는 것,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력과 유머가 돋보이는 이 책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든, 아직 안해본 사람이든 자신의 삶과 사랑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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