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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 15,300원 (10%850)
  • 2022-07-30
  • : 17,699
요즘 유튜브에서 소설책 소개 쇼츠영상이 자주 뜬다. 내가 검색해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우연히 뜬 것을 내가 눌러봤을 테고, 그 이후부터는 알고리즘으로 계속 뜨는 것 같다. 그러다 한 영상에서 감동적인 우리나라 소설 몇권을 소개하는데 이 책이 제일 먼저 나온 것을 보았다. 짧은 영상이라 내용까지 소개해주진 않았고 제목과 표지에 ‘잔잔한 로맨스 소설’ 정도로만 소개했다. 소설을 많이 안 읽은 나로서는 처음 보는 책이었다. 검색해보니 어머나! 엄청나게 팔린 책이네. 지금 팔리는 건 개정판이고 처음 나온 때는 2004년, 초판부터 합치면 100쇄를 넘게 찍었다나? 20년 넘은 로맨스 소설이 아직도 먹히나? 나도 한번 읽어보자 하고 집어들었다.

로맨스 세포가 다 죽을 나이라 엄청난 감흥은 없었으나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유명 작가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도 과제 같은 느낌으로 읽을 때가 있다. 부분적으로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읽기 힘들어서. 하지만 이 책은 드라마 보는 정도의 난이도였다.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드라마 제작 말이 오락가락 했었다고 하던데 왜 안 만들어졌까? 주인공들의 직업도, 감정선들도 드라마로 딱이었을 것 같은데?

로맨스치고는 현실적이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나 싶다. 재벌 3세 본부장님 그런 남자 나오지 않고, 출생의 비밀도 없고, 질투하고 대립하는 연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아주 살짝은 있는데 귀여운 수준) 한마디로 막장 요소는 없다.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니고 타임슬립, 영혼체인지, 귀신 서사 그런 것들도 나오지 않는다. 사랑이 너무 격렬하여 모든 것을 휩쓸어가지도 않고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이게 현실이야’ 라고 말해서 독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현실적이면서도 최대한 달달한, 적당한 설렘을 가진 로맨스라고 하겠다. 작가님이 그런 전략을 세우신 것 같지는 않지만 본의아니게 매우 좋은 전략이었던 셈이다.

나는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 ‘함께 일하다 정드는 방식’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일단 그 사람의 포장 안한 생활모습과 삶의 방식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직장에 있으면 직장 가기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ㅎㅎ 이 책의 직장은 라디오 방송국이다. 공진솔은 작가고 이건은 PD이다. 음... 이 직업도 약간 클리셰 같긴 한데 작가 약력을 보니 라디오 구성작가였다고 한다.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군을 고른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현장감이 넘쳤다. 뭔가 조사하고 글쓰고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젊을 때로 돌아가면 저런 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착각이겠지. 치열하면서도 안정감은 부족한 일이니까. 쉬운 직업이란 없다.

둘이 그렇게 일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특히 공진솔 작가는 말과 표현이 적은 매우 조용한 사람인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보고 싶어 먼저 고백한다. 소설 속의 사랑에 난관이 없을 수는 없는 법. 그 난관은 이건 PD의 오랜 친구 커플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된 서사는 이건-공진솔, 선우-애리 두 커플이 이끌어간다. 선우-애리 커플의 인사동 카페에서 넷이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넷은 각각 꽤 괜찮은 성품들을 가졌고 서로를 존중하며 편하고 즐겁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뇌관이 있다. 이걸 치워야 한다. 그것 때문에 조심스럽고, 그것 때문에 아프게 바라보며, 어느날 터져버린 바람에 모든 것은 엉망이 된다.

내 수준에선 그게 극복할 수 없는 사건 같았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정도로 끝장은 아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고.... 어쨌든 둘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수없이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회피하지 않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확실히 요즘 연애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두 커플 다 마찬가지다.

작가 소개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 책이야말로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네. 그걸 한 번 볼까. 파괴적이거나 참혹하지 않은 것도 가끔은 보고 싶거든. 이런 건 딱 명절연휴 때 전 부쳐놓고 잡으면 기분 느긋하고 좋을 것 같아. 지금 나는 연휴가 따로 없으니까 아무 때나 한번 봐볼까 싶다. 살찌니까 전은 생략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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