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기진맥진님의 서재
  • 숨 참고 슛오프
  • 문경민
  • 12,600원 (10%700)
  • 2026-05-13
  • : 6,015
문경민 작가님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본 독자라 최근 나온 이 책도 궁금했다. 제목과 표지만 딱 봐도 양궁 이야기. 이번에는 스포츠 동화를 쓰셨구나. 스포츠 동화도 참 종목이 다양하다. 야구가 가장 많은 것 같고 축구, 농구, 배구 등등의 구기종목, 체조, 육상, 스케이트, 수영까지도 읽어봤다. 양궁은 처음이다. 양궁이 동화가 될까? 올림픽 때 다른건 몰라도 양궁은 챙겨보는데, 그때 참 희한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 조준, 쐈다, 몇점! 이게 끝인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미나게 볼까?

이걸 서사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전략이 있길 하나, 예측불허의 경기상황이 있길 하나, 격하게 뛰길 하나.... 도통 재밌게 만들어낼 건덕지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동안 안나왔던 것 아닐까?^^;;;) 하지만 문경민 작가님은 도전해 내셨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러한 양궁의 성격은 본문 중에도 나온다. 주인공 정다희가 도희성 코치님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다.
"내가 양궁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이지."
"양궁은 태권도나 권투처럼 대련하는 경기가 아니잖니. 상대랑 몸 부딪치며 싸울 필요가 없어요. 체조나 다이빙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경기도 아니고."
"양궁은 과녁과 나의 싸움이야. 운이 따라 줘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궁은 공정해. 나는 양궁이 과녁과 승부를 보는 스포츠라서 마음에 든다." (171쪽)

이렇게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것이 양궁의 장점이면서 서사로 표현하기에는 재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겠는데, 이런 점을 이 작품은 잘 극복해냈다. 나는 신체기능이 매우 취약해서 절대 그럴 리 없지만 스포츠를 하나 해야 한다면 저 코치님과 같은 이유로 양궁이 그중 맞을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의 온갖 스포츠협회들이 욕먹고 있는 가운데 양궁협회만은 인정받고 있는 것은 구성원들이 훌륭하신 점도 있겠지만 이 종목 자체의 깔끔함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판정시비가 나올 일도 없고, 경기중 거친 몸싸움이나 허리우드 액션도 나올 일이 없으며 누굴 봐주고 싶다고 봐줄 수도 없으니. 이상 양궁에 대한 얘기를 길게 했는데, 올림픽 때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던 양궁이라는 종목에 대해 이 책을 읽고 좀더 애착을 갖게 되었다는 증거라 하겠다.^^

운동을 하는 주인공은 뭔가 핸디캡이 있기 마련이다. 다희의 경우는 약한 몸과 부모님의 걱정이다. 다희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체구도 작고 체력도 약하다. 빛든초로 전학 와서 양궁부에 들었지만 부모님은 다희가 선수생활을 하길 바라진 않는다. 코치님한테도 기본만 가르쳐주고 무리는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빛든초 양궁부는 매번 예선탈락이지만, 누구하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다희는 불만이다.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힘을 받기 시작한다. 파장 작전의 양궁부에 신입부원 방봉식이 전학왔다. 다희가 있었던 주명초에서. 다희는 그곳의 영서라는 아이한테 괴롭힘 당하다 전학왔었다. 영서는 그곳 양궁부 에이스였고.

봉식이는 양궁실력도 수준급이고 성격도 의욕도 좋았다. 혼성팀으로 나가야 하는 스포츠축제에 함께 나가자고 다희를 설득한다. 당연히 주명초도 영서도 출전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풀려야하는 매듭을 향해 치닫는다. 대회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영서와의 과거는? 이해와 화해가 가능할까? 매듭은 어떤 식으로 풀릴까? 그리고 그 이후는....

이 모든 일들에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 느껴지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더욱 확인이 된다.
"작품을 출간할 때마다 마음에 품고 함께 살아가던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기분이 든다. 다희가 좋았다. 봉식과 영서도 좋았다. 그들과 함께 <숨 참고 슛오프>를 만들어 온 지난날이 즐거웠다. 막상 떠나보내려니 못내 아쉽다."
작가님은 여러 입장에서 학폭을 지켜보신 분인 것 같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학교에서 학폭 업무를 맡으셨다고 한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나로서는 수업에, 학폭업무에, 창작까지 하신 작가님의 애씀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작가의 말에 보니 이 작품은 같은 소재의 이전 작품보다 훨씬 괜찮아진 마음으로 쓰신 것 같다. 세월이 준 그 치유와 힘이 이 책을 읽는 학생들 모두에게 화살처럼 정확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대회 장면의 묘사에는 문학작품에선 보기 드문 점수표까지 들어갔다. 딱딱한 사각의 표가 긴장감을 주고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꽤 가능하다! 양궁도 되는 거였어.ㅎㅎ 재미있게 읽었고, 고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4학년과 중1 정도까지도 좋을 것 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