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기진맥진님의 서재
  • 책 읽고 글쓰기
  • 나민애
  • 15,120원 (10%840)
  • 2026-04-30
  • : 2,170
'책 읽고 글쓰기'는 내가 시간이 있을 때 주로 하는 일이다. 별다른 재주나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는 읽은 책을 적어놓기 시작했고 증발을 막기 위해 온라인 공간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적인 공간은 페북이고(친구공개), 공개된 공간은 알라딘 서재이다. 고맙게도 알라딘에선 계정만 있으면 바로 개인 서재가 만들어져서 독서기록을 축적할 수 있었다. 어느덧 1000편이 훌쩍 넘었다. 1년에 100편 정도 쓴 셈이다.

그렇게 써온 글들을 무엇이라 규정할까 궁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흔히 서평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바, 내가 쓰는 독서기록은 엄격히 말하면 서평이 아니다. 사적인 상황이나 감정을 전혀 감추지 않고 쓰기 때문이다. 구성을 따지면서 쓰지도 않고 퇴고도 전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음 가는대로 펜 가는대로 쓰는 독서기록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독후감'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근데 그렇게만 말하기엔 추천 이유라든가 대상, 내용 분석 등 서평적인 내용도 들어가긴 한다. 한마디로 양다리를 걸친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 두 개념을 포괄한 '리뷰' 라는 용어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고 골라들었다.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이제 나도 좀 서평다운 서평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ㅎㅎ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엔 굳이 '서평'을 쓰겠다고 나의 글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어보인다. 내가 잘 쓰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문체나 글버릇도 성격이나 말버릇과 같아서 어지간해선 안 고쳐진다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서평만 가치있는 글인 건 아니기도 하고. 독후감이면 어떻고 짬뽕이면 어때. 독서 기록을 위한 글이라면 어찌 했든 독서기록을 했으면 된 것이니까. 단, 서평이벤트에 응모를 했다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의뢰받은 서평이 있다면 그동안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 형식과 내용을 다듬어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주 안 입더라도 정장 한 벌은 가지고 있어야 하듯이. 그 정장을 갖추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1부 [서평 체급 정하기]에서는 먼저 서평의 분량을 기준으로 단형, 중형, 장형 서평으로 나누었다. 단형서평은 100자평 같은 것들. 중형서평은 A4 1~2장, 장형서평은 3장 이상이라고 한다. 내가 주로 쓰는 분량은 중형서평에 해당하는 것 같고, 가끔 단편소설집을 읽고 수록작품을 한편씩 다 언급하거나 교육서적을 읽고 생각을 풀다보면 장형까지 분량이 넘어가기도 한다.

이어서 저자는 서평의 개념을 규정하는데 바로 '책을 평가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평가를 위한 분석과 판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34쪽)
이를 위해서는 독서법도 따로 있다. 1단계 독서가 '감상의 독서'라면 2단계는 '비판의 독서' 3단계는 '학문의 독서' 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서평이 가능한 셈이다. 그동안 내 독서기록이 독후감 쪽에 가까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2부 [서평러의 기초체력 키우기]에서는 위에 분류한 각 서평을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내가 주로 쓰는 중형 서평을 이 장에선 '블로그 서평'이라고 명명했다. 제목 짓기, 서지사항 밝히기, 내용 요약, 인용과 핵심포착 등 저자의 경륜에 따른 팁들이 가득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가 요약에 있어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요약에 좀 자신감이 있고(이건 절대 누구한테 배운게 아니다. 1000편을 쓰다보니 스스로 터득한 듯) 저자가 알려주신 인용의 팁도 이미 하고 있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내 얘기를 늘어놓는 것만 봐도 이미 서평에서 멀어지고 있다ㅋ) 이 부분은 저자가 블로그라는 온라인 공간을 감안해서 팁을 제시해 주신 부분이 많은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은 그런 팁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

장형 서평(아카데믹한 학술서평)이야말로 저자에게 배울 점이 많은 분야이다. 진짜로 공식적이고 정형화된 버전의 서평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전체 구성 나누기와 각 부분에 합당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이 조언들 중에 나에게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다.
"꼭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 독해 사이에 위치하길 바란다." (136) 라는 지침이었다. 서평에서 제일 어려운 점이 바로 이 점이고, 서평을 서평이게 하는 점도 바로 이 점이라고 하셨다. 동의한다. 근데 이게 말하자면 고난이도의 줄타기이지 않은가? 감성 쪽에 치우치면 개인 독후감이 되어버리고 이성 쪽에 치우치면 재미가 없다. 서평이란 백퍼 남 읽으라고 쓰는 글인데 읽기를 거부당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 감상을 지양하면서도 독자들이 관심있게 끝까지 읽게 하는 서평. 무척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혼자만의 경험과 결부해서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42쪽), "일기나 사소설처럼 글을 시작하지 말라." (145쪽)는 조언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인들과 나누려고 쓰는 블로그형 서평까지는 어느정도 용납이 되겠지만 진짜 찐 서평을 쓰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1,2부 뒤에는 부록으로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이 6가지 들어있다. 그중 '좋은 점수를 받는 서평의 사례'에는 저자가 지도하신 대학생 서평의 모범사례도 들어있다.

이 책은 저자의 대학 강의를 지면으로 옮긴 성격이 강한데, 그만큼 대학생들이나 그보다 조금 앞단계인 고등학생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나처럼 나이먹은 사람에게도 참고가 되었다. 나이 먹었어도 이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블로그나 서재를 개설하시고 당장 읽는 책부터 기록을 시작하시라고 강추하고 싶다. 이 책을 옆에 끼고 하시면 든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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