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구가 궁금하네^^
기진맥진 2026/07/0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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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 이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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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3-07-25
: 618
오랜만에 이선주 작가님의 책을 읽어봤다. 쓰신 작품은 많은데 나는 두 권만 읽어봤었다. 한권은 공저로 쓰신 단편집이고, 한 권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실종 사건>이라는 고학년 동화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많이 지워졌긴 하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남아있다.
이 책도 나온지 3년이나 되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어 읽어봤다. <태구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게 후속작들이 나와서 현재 4권까지 나와있다. 그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책이다.
태구는 자신이 쿨하고 덤덤한 존재라는 것을 초장부터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프롤로그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가장 먼저 나이(열두 살)와 사는 곳(복도식 아파트)을 밝힌다. 나머지는 이야기 전개에 별 상관이 없다는 투다. 이야기 주인공이 인생에 대해 다 아는듯이 우쭐대다가 마지막에 아닌 것을 깨닫는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며 "나는 인생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는다. 앞에 말한 저런 서사는 등장인물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면서 "그래,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얘야." 라는 마음이 된다. 얘는 인생을 모르는 대신에 이웃들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렇게 덤덤함(밋밋함?)을 강조한 태구를 이후의 서사에서 바라볼작시면, 쿨함을 가장하여 꼬인 아이도 아니고 반항심과 공격성을 품은 아이도 아니다. 적당히 평범하면서 양심도 웬만큼 있고 따뜻한 시선도 있다. 다만 완전하진 않을 뿐. 세상에 완전한 아이가 어디 있겠나? 그러니 이 작품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꽤나 웃길 때도 있는데 그 상황이 썩 좋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웃프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 웃프다는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냐. 그러니 더욱 현실적일 수밖에.
태구의 가족은 할머니와 아빠다. 세대별로 한명씩인 것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태구 아기때 아빠랑 헤어졌기 (공식적으로는 죽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태구가 알면서도 속는 척 한다는 것을 가족들은 모른다. 이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도 꽤나 귀가 밝고 눈치도 빠르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15층, 층별 10세대인 복도식 아파트는 태구가 이웃들을 관찰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 이웃에는 시험기간에만 층간소음을 따지러 올라오는 아랫집 아주머니도 있고,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최저시급 정책에는 찬성하기 껄쩍지근한 아주머니도 있다. 같은 층에 사는 맞벌이 신혼부부 중 남편이 실직하여 아내몰래 낮에 집에 드나든다는 것도 태구의 레이더에 걸린 상황이다. 가장 흠칫했던 건 끝집의 할아버지가 며칠째 보이지 않은 건데, 태구가 경찰에까지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을 받았다. 문앞에 가면 된장찌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써있어서 설마 했는데 고독사가 맞았던 거였어....ㅠ 그런데 의외인 점은 이 이야기가 그 사건을 그리 '참혹한 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찌보면 '그럴 때가 됐지 뭐...' 라든가 '언젠간 겪을 일' 이런 수준으로 다루어진다. 그렇다. 어쩌면 그런 시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며 살고 있는지도....? 아닌가, 우린 슬픔의 감각을 더 키워야 하나. 어느 쪽이 맞는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웃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태구의 관찰 표현도 재미있고 정곡을 찌른다. 아빠의 늘 실패하는 연애사까지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는 태구. 한화 지역에서 태어나 살며 만날 지는 야구를 응원해야 하는 운명에 절망하고 한숨 쉬는 아빠를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 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친구가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말 많고 걱정 많은 할머니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웃프다'는 표현을 썼는데 가장 웃픈 사건은 그 가족이 처음 함께 떠난 여름휴가.... 에휴 그래 집이 최고지. 휴가가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ㅎㅎ
동네 친구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들이지만. 옆옆집 사는 예은이는 초반부터 나오고, 끝날 무렵에 해모가 나온다. 그런데 이 해모라는 녀석, 태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네??? 그렇다. 나는 관찰하기만 하는 게 아니야. 동시에 관찰 당하기도 하는 거지.ㅋㅋ 셋은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것 같다. 이쯤에서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은 마무리된다. 자연스럽게 다음 권으로 손이 가는 구성이다.
막 엄청 흥미롭고 입맛이 짭짭 다셔지게 재미난 것도 아니지만 나는 다음 책을 조만간 읽을 것 같다. 태구라는 아주 평범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특이하지도 않은 아이가 궁금해. 그 아이가 계속 지켜볼 이웃들과, 또 그 안에서 성장할 태구의 다음이 궁금해. 아마도 난 응원할 거야. 새로운 에피소드에 웃거나 한숨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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