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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 정세랑
  • 12,600원 (10%700)
  • 2020-09-11
  • : 19,911
지난 연휴때 원작 없이 드라마만 보고 나서 뭔가 아쉬워 뒤늦게 원작을 찾아 읽었다. 아 역시 원작부터 읽었어야 했어! 보건교사 안은영도 한문선생 홍인표도 내 머릿속에서 먼저 그려보고 드라마를 봤어야 하는건데, 소설을 읽으며 정유미와 남주혁이 떠오르는 것은 좀 곤란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다. 귀신이니 퇴마니 하는 설정은 평소 나의 취향과 너무 거리가 먼데, 이 책은 왠지 무늬만 그런 듯해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은 요즘 책이 잘 안읽혀 짜증나 있던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장점이었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싶다.ㅎㅎㅎ

초반부는 책과 드라마가 거의 일치하는 듯했으나 뒤로 가면서 차이가 많이 났다. 드라마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이던 문소리 배우 역할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큰 역할을 새로 만들었단 말이야? 매우 의외였다. 그리고 뭔가 거대한 음모가 깔려있는 느낌을 주는 세력, 일광소독이니 안전한행복이니 하는 집단도 책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냥 뭔가 있나보다 정도... 책 한 권으로 어떻게 드라마 6부작을 만들었을까 했는데, 이렇게 극적인 느낌을 높이는 요소들을 추가한 것이었구나. 양쪽에 장단점이 있겠으나 나는 소설 쪽에 한 표다. 훨씬 단순하고 경쾌하고 명랑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음모가 짙고 깊게 깔린 가운데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 소설 정도가 더 좋다.
그런가하면 안은영이 래디네 가족을 만나는 에피소드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다. 이걸 맨 뒤로 빼면서 우리 집에 좀 와주세요 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넣었다. 그 집에서의 에피소드 재미있었는데.... 왜 뺐지. 속편에 넣으려는 생각이었나? 하지만 속편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교사가 교과서 채택하는 에피소드도 드라마에선 못본 것 같다. 음 그게 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 그랬겠지...? 책에선 이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강선이를 보내는 가슴아픈 장면은 드라마에서 잘 표현한 듯... 정유미 배우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학생일 때의 사연도 어른 되어서의 사연도 드라마에서 훨씬 더 세밀하게 다루었다. 이건 책과 드라마 둘다 좋았다.

결정적으로, 드라마를 보며 '아 둘은 로맨스 관계는 아니구나' 했는데, 아닌 게 아니었어. 그것 역시 속편을 위해 남겨둔 것이었나? 어쨌든 책에서는 로맨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둘이 함께 살며 마무리가 되는데 그런 과정 또한 담백하고 유쾌해서 좋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랑 있어요.”
이런 프러포즈 왤케 따뜻하지? 둘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 마지막 문장, 은영의 얼굴이 인표의 ‘수면등’이라는 표현도 감탄했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으니까 소설가구나.

남을 도와야하는 성가신 운명 때문에 은영은 고달프지만 부수어야 할 것을 부술 때의 쾌감은 짜릿하다. 해로운 것을 없애고 무해한 것들로 채우는 능력이 좀 널리 주어졌으면 얼마나 좋아. 세상에 독기는 더욱 차오르고 있다. 은영이란 캐릭터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인지도 몰라. 군단 쯤 된다면 모를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무해한 쪽에 있고 싶어진다. 어둠을 보태는 역할이 아니라 한귀퉁이라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진다. 실상 나는 이제 무엇에도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서 나 자체가 어둠이 되지 않는지나 신경써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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