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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연희동 러너
  • 임지형
  • 17,820원 (10%990)
  • 2025-09-03
  • : 6,650
이 책이 나왔을 때 마침 학교도서관에서 구입도서 신청을 받길래, 옳다구나 하고 교사용 도서로 신청했다. 그리고 나서 약간 후회를.... 도서관 구입 절차는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번주에야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받고 대출해와서 주말에 읽었다. 가독성은 최고였다. 300쪽이 넘지만 두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드라마 보듯이 편하게 읽으면 된다. 재미만 있다면 난 드라마보다도 책이 더 편하다. 아 그러고보니 이 책도 드라마로 나와도 괜찮겠다.

이 책을 쓰시는데 그런 전략을 쓰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에 전략이라면 정말 탁월하게 세운 전략이다. 일단 러닝이라는 소재. 요즘 이거 안하면 대화에 못 낄 정도로 열풍이다. 그만큼 효과가 보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지금 사람들이 한창 신나있는 소재를 다룬 소설, 안 집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30대, 미혼, 구직자라는 인물의 상황. 이건 같은 연령대를 당연히 끌어당길테고, 그 부모 세대 비슷한 나까지도 읽어보게 만들었다. 조금 앞두고 있거나 막 지나온 연령대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말하자면 이 책에 끌릴 대상이 매우 폭넓다는 뜻이다.

지난 연휴때 하루 반짝 개었던 날에 난 안산 자락길을 걸으러 갔었다. 그 종착지가 바로 이 책에 자주 나오는 홍제폭포이고 그 하천이 바로 주인공 연희가 달리는 코스인 홍제천이다. 여기를 가봤던 건 이 독서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었다. 가본 곳을 묘사하니 책이 훨씬 잘 넘어가고 실감났다. 폭포까페도, 거기서 고개를 약간 돌리면 보이는 물레방아도, 겨우 한 번 봤다고 반가운....ㅎㅎ 그러니 같은 홍제천 러너들에겐 엄청 사랑스러운 책이 되겠다.

작가님과 페친이어서 아는 바, 작가님 자신이 러닝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고 오랜 경험을 가진 분이다. 주인공의 연령대나 상황을 약간 바꾸었을 뿐 본인의 경험이 그대로 투입된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한다. 후반부에 가서 연희는 하프마라톤에까지 도전하게 되는데, 이또한 작가님의 경험이다. 연희는 시작이지만 작가님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 노련한 경력자라는 점이 다를 뿐.

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연희동'에 자리잡은 도연희가 화자이고 고교동창인 두 친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요즘 젊은 세대가 겪는 방황과 어려움의 표상이다. 그중 연희가 취업전선에서 가장 쓴맛을 많이 봤고 상처도 많다. 하지만 완전히 최악으로 끝나지 않는 것, 아무리 힘든 세대라 해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책의 소재 덕분이다. <연희동 러너> 이 제목은 작가님과 연희를 동시에 지칭한다.

소설이지만 꽤나 실용적인 효과도 있다. 러닝에 대한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또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한없이 침잠해 들어가던 연희의 초기 상황과 심리 묘사도 매우 공감이 갔고, 때문에 연희의 떨쳐 일어남을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연희의 구직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는 참고가 됐다. (누군가들에게는 엄청난 공감이 되겠지) 우연히 만나 연희의 달리기를 돕는 지훈의 존재도, 살짝 피어나는 로맨스도 약간의 판타지 같지만 빠지면 아쉬운 필수요소라고 하겠다.^^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 맞닥뜨린 인간관계의 살벌함 또한 어떤 직장인이든 공감할 일이다. 그중 하팀장의 반전에도 공감한다. 드라마에서 많이 본 캐릭터 같아 기시감이 있으면서 애틋함도 생기는 캐릭터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쉽게 믿어버려도 안되지만 섣불리 혐오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다시 상기한다. 직장에서도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책은 몹시 건강하다. 달리기를 소재로 삼았으니 오죽하랴. 그런데 요즘은 어쩐지 건강한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간사의 비참함과 인간 본성의 끔찍함을 보여주어야 높게 쳐주는...? 물론 그런 작품도 귀하다. 하지만 이렇게 읽고나면 기분좋은 의욕이 솟아나는 책이 어찌 안 귀할소냐. 이런 책도 수많은 문학 중에서 한자리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독립한 아들이 오랜만에 와서 밥 먹인 후 이 책을 손에 들려 보냈다.
"이거 도서관 책이야. 담주에 꼭 가져와!"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한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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