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쏙! 작지만 알찬 정보
기진맥진 2025/09/0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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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 쏙! 미술
- 박재연
- 11,700원 (10%↓
650) - 2025-08-28
: 1,015
가독성이 아주 괜찮은 책이다. 판형이 작고 두껍지도 않아 들고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미술 관련 책이라 이렇게 작은 책이리라곤 생각을 못했다가 받아보고 잠시 의외였다. 하지만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다. 책에 언급된 작품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에 그림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말이다. 엥.... 하고 실망하기는 좀 이르다. 첫장에 큐알코드가 있다. 딱 한 개. 거기로 들어가면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이 쭉 다 나온다. 이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 작품마다 큐알코드를 찍어보게 만들면 귀찮아서 짜증이 나는데, 한번만 찍으면 쭉 볼 수 있어서 좋다. 휴대폰으로 찍어놓고 책과 휴대폰을 같이 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설명한 그림이 궁금하면 휴대폰을 본다. 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둘째는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책을 아주 간소하게 만들어 준다. (아마 책값을 최소한으로 하는데도 기여했을 듯) 도록에 버금갈 듯이 작품들이 생생하게 들어간 책들도 나는 좋아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책이 크거나 두꺼울 테고, 제작비도 많이 들 테고 책값도 비싸지겠지. 그래서 ‘이런 시도도 아주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독성이 높은 것은 내용적인 면과 편집적인 면 둘 다 해당된다. 편집을 먼저 말해본다면 작은 판형에 글씨 크기나 자간도 적당하여 피로감 없이 읽게 되고 왠지 거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책의 본문에는 딱 두 가지 색만 사용되었다. 글씨의 검은 색과 표지의 주 색조인 파랑색(하늘색에 가까운). 그 칼라는 제목, 소제목, 작품 제목, 미술가 이름 등 딱 중요한 것에만 사용되어서 마치 형광펜을 쳐준 것처럼 중요한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느낌이라 집중하여 읽기에 도움이 된다.
내용적인 면으로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20개의 질문을 소제목으로 하여 20개의 짧은 장으로 내용을 이끌어간 면이 가독성 면에서 좋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주제(질문)를 뽑느라고 저자께서 고민하지 않을셨을까 짐작해본다. 예를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그림은?, 화가들은 왜 자꾸 벗은 몸을 그릴까?, 풍경화를 그리려면 꼭 밖으로 나가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단지 사소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얕은 내용이 아니다. 알찬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나는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몹시 좋아하지만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가는 일에는 그닥 열심이지 못하다. 하지만 발로 수고하는 것까진 못하더라도 책으로 보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라 가끔 관련 책들을 읽곤 하는데, 이 책으로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되살리기도 했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해서 좋았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몹시 해박하지는 않은)들이라면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두루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20장의 질문은 [우리에게 왜 미술이 필요할까?] 인데 여기서는 현대사회에서 미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무한함을 알게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예술의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 예술은 종횡으로 인간을 이어주며 그 안에서 이해와 공감, 감동의 희열까지 이끌어낸다. 나도 삶의 풍요를 위해 예술을 더 알고 접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걸까. 그런 면에서 이번 독서는 꽤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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