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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오월의 회화나무
  • 오월실천교사
  • 15,120원 (10%840)
  • 2025-02-27
  • : 3,080
뭔가를 '도모하는' 교사의 영향력은 강하다. 특히 '함께 도모하는' 경우, 그 힘은 더욱 강하고 널리널리 퍼진다. 나는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부러움의 눈빛도 약간 담아서.... 교직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나도 그런 모임 속에서 열심히 해봤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성향대로 사는 것이니 돌이켜도 어쩔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교직의 문화는 이 '함께 도모하는' 교사들이 굴린 큰 바퀴가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바로 이런 멋진 책을 펴낸 이분들처럼 말이다.

이 쌤들 중 한 분이 페친이어서 광주실천교사의 활동을 자주 접하게 되었는데, 그 창의성과 스케일에 항상 놀라곤 했다.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같은 모둠에 앉게 되어 잠시의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이분의 아이디어는 좀 천재 같았고, 추진력도 대단했다. 페북으로 간접적으로 보는 것도 대단했지만 이렇게 실물을 손에 쥐고 보게되니 진짜 실감이 난다. 그동안에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아니, 그림까지도 의뢰하지 않고 직접 그리시다니! 선생님들의 능력이 놀랍다. 표지부터 너무 멋지다.

본문의 그림은 흑백으로 되어있고 5.18의 역사가 간결하게 담겼다. 감정을 담지 않은 사실의 기록인데도 아픔과 슬픔이 배어나온다. 화자는 제목의 '회화나무'로, 전남도청 앞에 있던 나무다. 이 나무가 지켜본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10여년 전, 나도 기억하는 그 해의 큰 태풍에 뿌리째 뽑혀 넘어진 후, 다시 심었지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극적인 일이 있었다. 그나무 아래 싹이 튼 어린나무를 가져다 키우던 한 시민이 어린나무를 기증한 것이다. 두 나무는 지금 나란히 서서 공원의 일부가 되어 있다고 한다.
"아기 회화나무는 앞으로 어떤 기억들을 씨앗에 담을까요?" (32쪽)
이 마지막 문장에서 희망이 느껴진다. 저자들은 5.18을 비극으로만 그려내지 않았다. 더구나 어린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5.18은 더욱 그렇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희망을 얘기하려 하는 것이다. 역사를 퇴행시킨 작금의 사태들이 우리를 슬프고 화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회화나무가 상징하는 희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어서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을 때 유용할 듯한 활동자료가 첨부되어 있고, 그 유명한 방탈출을 비롯, 뮤지컬과 노래도 큐알코드로 연결되어 있다. 뮤지컬 큐알코드를 찍어서 감상해 보았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노래도 너무 잘하고, 함께 만드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워서 감동이다. '어린이시 노래가 되다' 라는 프로젝트를 페북에서 보았는데, 그 열매가 역시 멋지구나. 이렇게 진취적인 선생님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는 현장이길 바라는 마음이 솟아난다.

학생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의 최종 산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가! 그 산물을 귀하게 보고 출판해 주신 편집자의 밝은 눈에도 감사한다. 교육도서에 특화된 푸른칠판에서 그림책은 첫 출판인거 같은데, 계속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은 널리 읽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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