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송미경 작가님도 중저학년을 위한 시리즈 동화를 시작하시나보다. ①이라는 번호로 시작했으니 그런 계획이 분명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송미경 작가님은 작품을 많이 발표하신 편이지만 떡집 시리즈나 고양이 시리즈처럼 길게 가는 캐릭터의 시리즈는 내신 적이 없다. 이제 야심차게 한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의 캐릭터는 어떠한가? 그는 생쥐이고 여성이며 작가이다. 이름은 소소. 매력이 있어야 지속될 텐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내게는 매력이 있었다. 소소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소소한 인물? 강함보다 약함 쪽에 가깝고, 자신감보다는 열등감에 가깝고 목소리도 작을 것 같은 평범한 인물.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동일시하면서 읽기에 적합한 인물. 동일시까지는 아니라도 애정을 담아 지켜볼 수 있는 인물.
지금 상황이 초라하게 보여서 그렇지 소소 씨는 벌써 10권짜리 시리즈를 낸 경력 작가이다. ‘딩동 놀이공원’이라는 제목의 이 시리즈는 5권까지는 반응이 매우 좋았지만 6권부터는 시들한 정도를 넘어서 뻔하고 시시하다며 욕까지 먹고있는 상황이다. 소소 씨는 유명세를 감당하기엔 소심하고 예민한 인물 같다. 한창 팬레터가 빗발치던 잘나가던 시절에도, 재미없다는 항의 편지가 주를 이루는 지금도 친구인 두더지 봉봉씨네 타르트 가게에서 편지를 대신 받아준다.
핸짱이라는 그림작가님과의 콜라보는 정말 최고다. 나는 그림은 많이 따지지 않는 편인데 이 작가님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그림이 맘에 들었다. 소소 씨의 동네, 집, 봉봉 타르트 가게 등 그냥 평범한 일상의 그림인데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예쁨과 따뜻함이 있다.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과 그림체를 가졌다.
소소 씨는 5권 이후의 슬럼프 때문에 깊이 침체되어 있다. 창작의 고통은 내가 겪어본 일이 아니지만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오래 갖고 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 오는 편지 중에 ‘졸졸 초등학교’에서 오는 편지가 있다. 다른 편지들과 같이 뜯지도 않고 넣어버렸지만, 계속 오는 편지에 궁금해진 소소 씨는 결국 열어보았다. 그건 소소 작가님을 작가와의 만남으로 초청하는 편지였다. 올 때까지 편지를 보낼 거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소소 씨는 답장을 쓰게 된다.
“계속 편지를 받느니 가겠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누르며 소소 씨는 출발했다. 드디어 숲속의 작은 학교, 전교생 열두 마리의 생쥐 학교에 도착했다. 커다란 풍선에 매달린 환영 현수막에서 환대가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강연과는 조금 다른 게 있었다. 시청각실이나 강당 같은 강연장이 따로 없었다. 교실에서 함께 지내면 되는 거였다. 졸졸초 선생님은 PPT를 꺼내려는 소소 작가에게 고개를 젓는다.
“그냥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노시면 돼요. 저는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면 돌아오겠습니다. 같이 점심을 드시죠.”
교실도 너무 예뻤다. 4층이 모두 연결된 교실. 도서관이자 공연장이고 놀이터인 교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한때를 보내면서 소소 작가는 PPT가 줄 수 없는 진실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입속에 남아 늘 되뇌곤 하던 노래의 기원과, 옛 친구를 만나는 감격도 누린다. 졸졸 초등학교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어?^^
그냥 끝나면 서운한지, 한 번의 위기가 다가온다. 봉봉 씨의 부탁으로 산딸기를 따러 갔다가 뱀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그 만남은 끔찍한 최후가 아닌 창작의 전환점이 되었으니 넘나 행복한 이야기인 것.... 보람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소소 씨는 어제의 그 소소 씨가 아니다. “이야기는 갑자기 손님처럼 찾아온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그 손님을 정신없이 맞이한 하루는 정말 고단하면서도 활력이 넘쳤겠다. 그래, 그래서 무조건 엉덩이를 떼어야 한다니까. 그래야 뭐가 되어도 돼. 그래야 타인을 만나고, 그래야 새로운 것을 보고, 그래야 위기도 겪고! 하지만 그 위기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등등.^^
소소 씨도 그렇지만 주변의 인물들이 다 매력적이었다. 꾸준하고 진실된 친구 봉봉 씨도 그렇고, 졸졸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다들 너무 매력쟁이. 뱀들은 무섭지만 나름 허당매력이 있고. 특히 담임 선생님이 대박! 드라마라면 약간 설렘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만남. 그리고 두 고양이 일꾼들도 좋은 분들이었다.
마지막 장 구석에 “2권에서 만나요”라고 쓰여있다. 올레~~ 벌써 다 써두신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전 장 구석에는 새로 편지를 보낸 학교 이름이 쓰여 있다. 오, 이 시리즈는 권마다 다른 학교 순례인가? 그것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선생 마인드라서 더 그렇겠지만 진심 궁금하네. 편집자님 2권 빨리 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