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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느림보 챔피언 허달미
  • 정연철
  • 10,800원 (10%600)
  • 2025-02-07
  • : 440
이 책에 엄청 동질감을 느끼며 읽을 거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나도 느림보니까.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는 달미한테 동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달미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자자 선생님이나 "속이 터진다."고 말하는 엄마한테 공감했다. 나는 달미랑 달랐다. 그 이유도 안다. 나는 느림보이긴 하지만 '느긋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속도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불안감과 조급함이 일상적 감정이 되었다. 나는 요즘 학교에서 메신저를 가장 먼저 켜는 사람이고, 뭐든 조금씩은 미리 해두려고 한다. 마음 뿐이지 제대로 안될 때가 많지만....

허달미. 주인공 이름도 잘 지으셨다. 달팽이의 '달'자가 들어간 것도 좋고 성도 왠지 잘 어울린다. 머리 모양을 달팽이 모양으로 그리신 그림작가님의 센스도 돋보인다. 느림을 상징하는 동물은 많다. 거북이, 나무늘보, 달팽이.... 그중에서 이 동화는 달팽이를 선택했다. 나도 어떤 계정에서 닉네임이 달팽이인데...^^;;;

달미 머리모양만 달팽이인 게 아니라 실제로 달팽이가 등장한다. 이 책의 달팽이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살짜기 판타지의 분위기를 주며, 중요한 소재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소재 중의 하나는 '달팽이 똥'이다. 달미는 우연한 만남으로 달팽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달팽이는 먹은 것 색깔 그대로 똥을 눈다나? 나도 처음 알았다. 딸기 똥, 바나나 똥... 이 달팽이 똥이 여러 번 중요한 사건들을 일으키며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그건 바로 빠름과 조급함의 대표 인물, 자자 선생님과 엄마한테 '느림의 경험'을 선사하는 거였다.

빠름도 느림도 각자의 다양성 측면에서 생각하면 개인의 특성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민폐는 안 끼치는 범위에서!" 라고 생각하고 있다.ㅎㅎㅎ 현장학습 때 자자 선생님의 안타까움과 아이들의 짜증이 너무 공감되어서.... 자자 선생님은 불평하는 아이들을 단속하고 달미에게 한결같이 친절하셨지만, 나는 한번쯤은 정색하고 야단칠 것 같아서....
"시간 약속을 안 지켜서 남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그들의 시간을 뺏는 거야. 너가 무슨 자격으로 20명의 시간을 이렇게 뺏는거니? 천천히 하는 거 좋아. 하지만 시간 약속을 했으면 그건 지켜. 남들하고 연결되어 있는 건 예외로 할 줄도 알아야지!"
이렇게 야단치는 게 나의 캐릭터. 동화에 이렇게 나왔더라면 욕먹을 캐릭터겠지?^^;;;;

마지막 소재인 '골든벨 대회'에서 의외로 마지막까지 남은 달미는 그동안 '천천히 다니다가 보았던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내가 황급히 다니며 보지 못하고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현대인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부질없는 전력질주. 다같이 숨만 차지 얻는 게 무엇인가? 이런 세상에서 작가님의 그려내신 '달팽이의 미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회의 속도를 전체적으로 줄일 수는 없을까? 그 속도 때문에 잃은 것들이 너무 많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잃었고 관계도 잃었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잃은 것도 생각해보면 그 때문이다.
"어떤 책 보니까 제목이 '틀려도 괜찮아' 였어. 나는 느려도 괜찮아. 아니, 좋아."
사실 이런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나처럼 느리면서 마음은 느긋하지 못한 사람이다.ㅎㅎ 느려도 진심으로 괜찮은 세상이 되면 가장 행복할 사람은 바로 나다. 나를 위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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