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기진맥진님의 서재
  • 신경다양성 교실
  • 김명희
  • 15,840원 (10%880)
  • 2022-09-15
  • : 1,928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책을 읽고 공저자 중 한 분인 김명희 선생님이 쓰신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나는 이제 교직 후반부에 이르렀는데, 돌아보면 어떤 책이나 연수도 나를 바꾸지 못했다. 그저 내가 좌충우돌하면서 깨지거나 나의 강점이나 취향이 나를 만들어왔을 뿐이다. 교실 이사를 앞두고, 며칠 전 짐도 정리할 겸 교육도서들을 후배쌤들께 나눔하려고 목록을 만들어 보았다. 목록을 보며, 이 책들을 다 읽었으면 좀 유능한 교사가 되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예를 들면 PDC 관련 책이 기본부터 시작해서 활동편 등등 4권이 다 있는데, 나는 우리 교실을 전혀 그 시스템으로 바꾸지 못했다. 놀이수업 책이 넘치도록 있는데, 나는 이제 여기 기웃거릴 시간에 교재연구를 더하자로 노선을 바꾸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알량하게 책 수십 권 나눔하면서 많이 읽었다는 거냐? 다른 쌤들은 너보다 더 많이 연구했으니 교실이 바뀐 거지.’ 라는 생각도 들고, ‘콩나물에 물주는 비유 있잖아. 그게 다 피와 살이 된 거지. 은혜도 모르는 바보.’ 이런 생각도 든다.ㅎㅎㅎ

교직 끄트머리에 이 책을 읽으며 이번 방학에 읽은 책들만은 나를 좀 눈에 띄게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든다. 그 분야는 기초학력과 통합교육이다. 나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도 하고 나의 취약점이기도 해서다. 위에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배은망덕의 말을 했는데, 솔직히 그건 내가 한 번 읽고 말아서다. 반복해서 읽고 가지치기도 부지런히 해야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연구와 실천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뭐든 혼자서 죽쑤는 나는 그래서 발전이 없었던 것....ㅠㅠ 아쉽지만 이제와서 어쩔 수는 없고, 이번 방학의 책들이라도 적용에 힘써봐야겠다. 확실히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를 읽을 때보다 한 권을 더 연이어서 읽으니 좀더 구체적인 느낌이 들긴 한다. 물론 장차 닥칠 현실의 강풍 앞에서 그게 살아남을까? 그때 되어봐야 알겠지만.^^

저자는 ‘신경 다양성 교실 연구회’에 소속되어 왕성한 연구와 실천을 하시는 교사 중 한 분이다. 수업 동영상을 수시로 찍어 함께 돌려보며 문제의 지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논의하시는 모습에 넘사벽을 느꼈지만.... 그렇게 연구하신 저자의 결과물에서 배울 점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장애를 어떤 결핍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다양성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생물학적 다양성,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을 당연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간의 뇌신경학적 다양성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53쪽)
즉, 정상과 비정상의 두 부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 상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결핍과 무능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들이 가진 강점과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긍정적 환경 구축’이라고 한다. (55쪽)

신경다양성 교실의 특징을 저자는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강점중심적 접근, 둘째 다중지능적 접근, 셋째 통합교육 지향이다. 이 책에는 강점이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나온다. 마치 특수교육대상자가 우리 학급에 배정되면 그 아이의 결함과 약점에만 집중하는 나를 바꿔놓겠다는 듯이.
“어떠한 장애와 다름이 있더라도 그 학생만의 강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58쪽)

신경다양성 교실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 환경구축의 7가지 구성요소를 설명해 놓았는데, 그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것 두 가지를 적어본다.
세 번째로 설명하신 ‘보조공학 및 보편적 학습설계’이다. 보편적 학습설계란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들이 일반 교육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제시 방법, 다양한 표현 방법, 다양한 참여 방법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의미는 알겠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겠다. 이게 나에게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로 설명하신 ‘강점기반 학습전략’이다. 보편적 학습설계 시 개별학생의 다중지능 수업 전략을 삽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것 또한 이 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더 배워야 가능할 것 같다.

이상 총론적인 내용이 1,2장이고 3~7장에는 저자가 만난 다섯 명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3장 수호 이야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장을 읽고 더욱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특수학급이 모든 학교에 생기면 좋겠다. 왜 몇 학교에 하나씩만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상자가 적어서?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수호도 검사결과 지적장애로 나왔는데 대상자 선정에는 실패했다. (적응행동 수준이 정상적이어서라고...) 지적장애이기 때문에 학습장애로도 선정이 안되어서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대상자 수에 학급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급 수에 대상자 수를 맞추는 게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든다. 나도 몇년 전에 우리반에 심각한 학습부진 학생을 맡아 고생한 적이 있었다. 지원이 필요했고 보호자를 설득하여 검사를 해 본 결과 경계선보다도 낮은 지능이 나왔다. 지적장애였다. 복지카드도 나왔다. 나는 장애진단이 나왔으면 당연히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는 줄 알고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결과는 반려였다. 너무 놀랐다. 아, 장애 진단이 나왔고 부모가 동의했는데도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지 않을 수 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궁극적인 지향은 완전통합으로 가야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특수학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마다 있어야 한다. 웬만한 규모의 학교에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당연히 있다. 한 학교로 몰지 않아도 있다고! 그냥 자기 학구의 학교에 다니게 하면 된다고! 당연히 특수교사 채용도 늘려야 한다. 특수교사의 역할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특수교사-일반교사의 협업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모든 학교에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데다 돈을 써라 제발. 천문학적 돈지랄 좀 그만 하고.

[4장 지선이 이야기]
지선이 이야기에서는 상호 협력 가능성을 보았다. 장애 아동이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부분은 도움을 받고, 자신의 강점으로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학급을 만드는 것이다. 지선이도 지적장애였는데, 다중지능으로 봤을 때 언어와 수리 지능은 낮았지만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연탐구지능 등은 높았다. 지선이는 이러한 자신의 강점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친구가 아니라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매우 좋은 케이스라 하겠다. 강점이 이렇게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아이도 있으니까.... 하지만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디나 지선이네 반처럼 되지는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교사의 설계와 분위기 조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반 아이들의 성품도 중요하다. 이건 담임에 의해 많이 좌우되긴 하지만 정말 안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라서.... 어쨌든 이 상호협력의 가능성은 담임으로서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되는 것이라 기억해둔다.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일단 추구는 해야 한다.

[5장 하연이 이야기]
하연이는 선택적 함묵증을 가진 아이였다. 나도 10년쯤 전에 함묵증을 가진 아이를 맡은 적이 있어서 눈을 뗄 수 없이 읽어나갔다. 내가 잘했던 것과 잘못했던 것이 보였다. 잘한 점은 초반에 바로 부모와 상의했다는 점, 부모의 요청에 따라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말을 안해도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었다. 아이는 비언어적 표현을 적절히 사용했고, 친구들은 그것을 잘 알아들었으며 아이는 글을 잘 썼고, 교사가 그것을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어도 싫어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둡지 않았고, 모둠활동도 신기하게 해냈다. 예를 들면 즉흥극 같은 것을 할 때 모둠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대사가 없는 역할을 만들어 맡겼다. 그러면 그 아이는 웃는 얼굴로 그 역할을 해냈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아 생각해보니 그때 아이들 정말 예뻤다) 그러나 잘못한 점이 있다. 내가 이 평화에 도취되어 그냥 만족해버렸다는 것이다. 도전과 극복에는 실패한 것이다.

저자는 하연이에게 내가 했던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불안의 요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낮춰주며 단계별로 도전하도록 과제를 주었다. 결국 단계별로 넘어서는 하연이의 모습에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물론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이지만, 표면을 넘어 좀더 깊이 보는 눈이 필요할 것 같다.

[6장 현우 이야기]
현우는 ADHD로 진단 받은 아이다. 이 장에 가장 읽을 것이 많았다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가장 흔한 상황이면서(거의 모든 반이 예외가 아닌)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상황이라서.... 저자는 현우 또한 강점중심으로 접근하여 적절한 역할을 맡겼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교사들도 마음을 쓰는 부분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그들이 어쩌지 못하는 움직임의 욕구를 채우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구를 사용하신 수업설계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스탠딩 책상과 짐볼의자가 그것이다. 아, 이거 엄두가 잘 안나는데.... 그래도 꼭 필요한 상황이면 이 대목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시작 도와주기’도 중요한 아이디어다. 나는 올해 가장 힘든 아이랑 이것으로 우호적인 관계가 되었다. 안하고 앉아있는 것을 ‘버티기’라고 생각해서 괘씸하게 여기고 몰아세우기만 하면 아이는 더 못하고 안하며 관계도 망가진다. 그럴 때 시작을 살짝 도와준다. 첫 문장을 써준다든지, 내가 시범으로 보여준 반제품을 그 아이이게 준다든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버티지 않고 뭐라도 한다. 개발새발이어도 일단 수고했다고는 해준다. 뭐라도 칭찬할 점이 있다면 크게 칭찬해준다. 나도 하고 있는 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을 읽었다.ㅎㅎ

‘문제해결과정에 공동체 참여시키기’는 내가 자주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 심각하게 읽어보았다. 보통 ADHD 아이들을 맡았을 때 가장 힘든 점은 민폐다. 특히 공격성을 동반할 때 그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끼치는 피해. 친구들도 괴로운데 참으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나는 정말 이게 너무 괴롭다. 저자도 다른 학부모의 민원까지 받고는 슬퍼한다. 그리고 ‘회복서클’을 진행했다. 교사의 솔직한 심정도 이야기하고 친구들의 심정도 돌아가며 들어보았다. 그때 현우가 눈물을 흘렸고 이후 본성을 거슬러 변화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같이 문제해결을 교사의 지시로만 하지 않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협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언젠가 내가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이런 것을 진행했다가 그반의 현우 보호자로부터 “그게 뭐냐. 애 하나 놓고. 인민재판하냐.”라는 민원을 받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정서학대라고 괴롭히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솔직히 난 자신이 없다. 운영의 묘라는 것이 있지. 저자쌤은 거기에 해당되는 것이고. 하게 되면 부모 동의를 받고 해얄 것 같은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다....ㅠㅠ

[7장 도현이 이야기]
도현이 이야기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과 강점을 잘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긍정적 행동지원’의 사례도 알려주셨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쉽지는 않겠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이어서 꼭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AAC(보완대체 의사소통)라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는데, 통합교육을 염두에 둔다면 공부해야 할 것이 무척 많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음...

어떤 학자가 ‘공감자’와 ‘체계자’의 스펙트럼에서 자폐인은 체계자 방향의 맨 끝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또한 신경다양성에 근거한 설명이다. 그리고 체계자로서의 강점이 있을테니 강점이론의 설명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이 강점을 가지고 적절한 직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자폐인들이 많다는 것. 주로 외국의 사례가 많긴 하지만.... 우리도 이런 가능성에 지향을 두고 교육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8장 다양성 존중 교육 이야기]
신경‘다양성’교실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다양성 존중이다. 저자는 꼭 장애를 주제로 하지 않아도 다양성 교육을 다양하게 펼치시는데, ‘서로 다른 우리 함께 해요’ 라는 프로그램을 강추하셔서 관심이 갔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다. 솔직히 자료의 홍수라 놓칠 때가 많아서 그렇지 요즘은 교육청 자료 중에도 좋은 게 많더라고.... 기억해 둬야겠다.

나머지 두 장은 신경다양성 교실 연구회, 미래교육에 대한 간단한 장이라 빨리 넘겨가며 읽고 끝냈다. 이렇게 하여 이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이 교직 말년에 이른 나를 더 지혜롭게 하고 더 단단하게 해준다면 좋겠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한발 앞서서 애쓰는 분들 덕분에 그나마 사회가 진보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식 면에서도 그렇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과거 나 초임 당시 도움반의 비전문성을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나는 내 한몸 할일이나 똑때기 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휴우.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