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의 양분을 없애고 당당해지자
기진맥진 2025/01/2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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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미국에서 유명한 작가이자 강연자라고 한다. 전작들을 살펴보니 주로 이와같이 아이들의 관계 문제를 주로 다루는 것 같다. 책과 강연이 있고 그걸 찾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관계 문제는 어려운가보다.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남성보다는 관계 지향적인 여성들에게 더욱 많이 나타난다.(남성들은 또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고) 그래서 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는 고학년 학급에서는 여학생 그룹을 관찰하는 게 훨씬 난이도가 높기도 하다.
나타난 양상들을 보면 깜짝 놀랄만큼 악랄한 면이 있어 역시 성악설이 맞구나 한탄하게 될 때도 있고, 너무나 보편적이라 이건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구나 싶기도 하다. 나의 지나온 길에 혹시 누굴 밟고 오지 않았는지 흠칫 놀라며 돌아보게 될 정도로.
이 책의 추천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관계적 공격성이라고 불리는 정서적 괴롭힘을 성장기에 으레 겪는 통과 의례쯤으로 쉽게 치부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관계적 공격은 신체적 공격 못지않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깁니다." (4쪽)
통과의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도 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 건강하게 극복하지 못하면 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게 되고, 반복된 경험은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그렇게 많다고 들었다. 언젠가 2학년 담임을 할 때 2학기 상담을 하는데, 영이 엄마가 부탁이 있다고 하더니 자기 딸이랑 순이랑 내년에 같은반 되지 않게 반편성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분반시즌도 아직 멀은 데다가, 두 아이는 다투는 사이도 아니어서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순이엄마랑 떨어지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닌 순전 어른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순이엄마가 자기를 그렇게 교묘하게 따돌린다고 하며 눈물까지 펑펑 쏟았다. "선생님, 순이엄마는 진짜 무서워요."
참, 이런 일에 개입하거나 어떤 약속을 할 수는 없어서 입장이 곤란했다. 그냥 어머니를 위로하고 그 시기를 먼저 지난 사람으로서 그 관계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얘기했던 것 같다. 그 관계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내 앞에서 울 정도면 영이 엄마도 꽤 주책인 면이 있구나 싶기도 했지만 저 안의 관계도 보통이 아니구나 실감했다. 듣던대로.
우리 엄마한테 들어보니 노인정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아이구야.... 이건 그냥 평생이구나.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인걸까. 어차피 평생의 문제라면 나름의 대처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좋겠다. 어릴 때부터. 그러니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의 제목은 두 친구의 이름으로만 되어있지만 '나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에게'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친구인 척하며 나를 괴롭히는 애가 한 명 있어.
그 애 이름은 케이티야."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모니카는 헷갈린다. 어떤 때 케이티는 정말 다정한 친구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쎄한 느낌은 점점 커져갔고 급기야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니카를 배척하고는 그걸 즐겼다. 이젠 모니카가 뭔가 대처해야 될 시점이다. 이 그림책은 그 과정을 잘 보여줌으로써 비슷한 상황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용기와 통찰을 주고자 한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행동에 빠져 그게 가해 행위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겐 경고와 성찰의 효과도 있을 것 같고, 주변인들에게도 상황을 바로 보는 지혜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통제욕과 지배욕, 권력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주로 이게 큰 사람들일수록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성향이기 때문에 쉽게 고치지 못한다. 학급을 맡으면 이런 아이들을 파악하고 관찰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지배욕을 되도록 건강한 쪽으로 유도하면 훨씬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계는 물밑이라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만....
이 책에서 모니카는 일단 끙끙 앓기만 하지 않았고, 지혜로운 어른(엄마)과 함께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용기있게 할 말을 했다. 그리고나서 상황이 바뀌었는데, 이걸 보고 누군가는 황당해 할 수도 있다. "한번에 그게 해결된다고? 그게 쉬워?" 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기막힌 반전이 쉽지는 않지만 일리는 있다. 괴롭힘의 양분이자 먹이는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고 당당해지는 것은 일단 그 토양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 두려움 극복, 용기, 당당함. 이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때문에 주변에서 잘 지지하고 도와야만 한다.
학교든, 엄마모임이든, 노인정이든 이렇게 관계를 좌지우지하며 악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없으면 좋으련만, 인간의 본성인 것을 어찌해.... 내 안의 괴물은 없는지 늘 돌아보며, 대처의 원칙도 세워두는 수밖에. 요즘 전 세대가 읽는 그림책이 많은데 이 책도 그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교사들은 활용 목록에 넣어두셔도 좋겠다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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