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그 너머가 있겠지
기진맥진 2025/01/2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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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고양이 이야기
- 이토 미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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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3-07-25
: 376
참 평범한 제목의 책이다. 내용도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자기 얘기처럼 읽을 책이다. 개를 키우는 분도 똑같을 것 같다.
화자인 가즈마는 4학년, 고양이 고토라는 열여섯 살이다. 가즈마가 태어났을 때, 이미 여섯 살 고양이가 있었던 것이지. 부모님 신혼 때, 아빠가 길에 버려진 아기고양이를 데려와서 그때부터 쭉 키웠다. 정말 가족일 수밖에 없겠다. 문제는 가즈마는 아직 어린이인데, 고토라는 사람 나이로 치면 80대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고토라가 늙고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과거 이야기는 지나가는 말로 살짝 들려줄 뿐이다. 고토라가 아프자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엄마다. 아빠의 직장이 멀어져서 주말에만 오시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엄마가 일하면서 고토라도 돌봐야 한다. 수시로 병원도 데려가고. 가즈마도 열심히 돕기는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살다가 어느날 편안하게 잠든다면 좋으련만, 길고 짧고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병고를 겪다가 떠나간다는 것이 참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고토라도 그랬다. 사료를 통 못 먹기 시작했고, 먹지 않으니 기운이 없고 말라갔다. 움직임도 어려워졌다. 못 올라가는 데가 없던 고양이가 어느날 40cm 소파에도 올라가지 못해서 버둥거려야 했던 날, 가족들도 고양이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부분도 미화 없이 드러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검사비와 진료비는 다들 알다시피 사람 병원비보다도 비싸다. 엄마는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주려고 애쓴다. 나중에는 수액 꽂는 법을 배워서 집에서 직접 수액을 놔주기도 했다. 하지만 고토라는 상당한 노령이고, 죽음이란 누구도 막을 수는 없는 것, 엄마는 부질없는 연명보다 고통없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에게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어린 가즈마는 그럴 때 서운해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고토라는 열여섯 살이니까 병이 낫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에요? 죽어도 어쩔 수 없는 거냐고요?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딨어!” (48쪽)
상태는 점점 심해지고 고토라는 이제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먼 곳에 근무하는 아빠까지 기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글쎄,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기차에 탔지 뭐야. 내일 아침 첫 차로 가려고.”
한 마리의 동물에 이렇게 온 가족의 일상이 매달리는 일, 나 어렸을 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때는 집안에 절대 동물을 들이지 않았고, 하루종일 개집에 묶어 놓는 걸 당연한 줄로 알았고, 어느정도 크면 누군가에게 팔았다. 그 말로를 어른들은 말해주지 않았고... 하지만 짐작한 아이들(나)은 목놓아 울곤 했지.... 뭐 심지어는 키우던 개를 동네에서 같이 잡아서 먹기도 했잖아?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에서 미정이는 염소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 구씨한테 이렇게 말했었지.
“이름 부르던 걸 어떻게 잡아먹냐?”
“그래서 이름 안 지어 줘. 그리고 이웃집이랑 서로 바꿔서 잡아먹어.”
옳고 그른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동물과 사람은 교감이 가능하고, 그래서 깊이 사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랑해버리면 이후엔 어쩔 수 없다. 아플 때 같이 아파하는 수밖에.
고토라의 마지막을 세 가족이 모두 함께해서 다행이다. 먼저 아빠의 눈물이 터진 건, 그 어린 고양이를 못본 체 못하고 데려왔던 사람이 아빠였기 때문이 아닐까. “괜찮아, 괜찮아.”를 되뇌던 엄마는 고토라의 숨이 끝내 멈추자 비로소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 슬프게, 어쩌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고토라는 떠났다. 이 책은 맑고 따스한 날의 풍경 그림으로 한 장을 채운 후 에필로그처럼 다음주의 가족 일상을 보여준다. 아빠가 어항과 송사리를 사왔다. 으으... 내가 엄마라면 화냈을 것 같아. 하지만 가족은 또 가만가만 송사리의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는 우리 강아지 떠나고 나면 절대 아무것도 키우지 않을 생각이지만, 그 슬픔까지 사랑할 큰 사랑이 있다면 또 함께할 수 있겠지.
집사님들이 울지 않고 읽기는 어려울 책 같지만, 그래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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