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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로스트 웨일
  • 해나 골드
  • 12,600원 (10%700)
  • 2023-02-17
  • : 361
<라스트 베어>를 읽고 이 작가의 남은 작품을 마저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책이 바로 그 작품이다. 두 책의 결이 비슷하다. 엄청난 대자연이 배경이라는 점, 인간보다 훨씬 큰 동물의 절망적 위기와 그걸 안타까워하는 인간 아이의 소통이 주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른 점도 많다. 전작은 북극곰, 이번 책에는 회색고래가 나온다. 곰과의 이야기는 여자아이, 고래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이고 북극권의 섬, 캘리포니아 부근의 오션 베이로 배경도 아주 다르다. 이렇게 배경과 소재와 사건이 다르지만 주제는 맞닿아 한 길로 흐른다.

리오는 영국에서 엄마와 살다 혼자 미국의 외할머니 댁으로 오게 되었다. 엄마의 형편 때문인데, 엄마는 탁월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지만 아들의 양육은 커녕 본인을 돌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신 건강에 크나큰 문제가 생겼다. 결국 입원치료를 하기로 하고 리오를 멀리 보낸다.

리오를 보며 안타까운 점은 엄마에 대한 책임감이 과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없어도 탈이지만 이렇게 과한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둘뿐인 사이였어서 애착이 강한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래도 아이가 어른을 이렇게 걱정하게는 안했으면... 이 책의 주제와는 관련없는 주변 상황인데도 나는 안타깝더라고.ㅠ

거대한 태평양이 펼쳐지는 할머니 댁 동네에서 리오는 바다와 함께 마리나라는 좋은 친구, 그리고 마리나의 아버지이자 든든한 선장인 비치를 만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거 엄마의 기쁨이었던 회색고래 화이트빅을 만난다. 화이트빅과 교감한 순간, 인간과 고래라는 종의 구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묘사가 매우 탁월해서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내가 설득이 되었다.

고래의 이동 경로를 따라 활동하는 웨일 워칭도 흥미롭고 새로운 소재였다. 생명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훌륭한 마음과 실천을 겸비한 사람들도 참 많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과 비교도 되지않을 비율로 파괴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지만.... 나도 후자에 속하겠지.ㅠ

그 웨일 워칭의 데이터들이 모여 고래들의 개체 수를 추적하고 위험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인데, 불길한 소식이 들려왔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나도 경로에서 화이트빅의 목격이 기록되지 않고 있었다. 화이트빅의 존재에 엄마 회복의 희망을 걸고 있던 리오는 견딜 수가 없었다. 리오는 마리나를 설득하여 바다로 나가고자 한다.

그 비밀 모의는 실패했지만 비치와 할머니는 화를 내기보다 동행해 주신다. 큰 어른들의 위대함에 존경을 보낸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솔직히 리오의 캐릭터가 내겐 약간 비호감인 면이 있었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을 향한 무례나 분노로 표출되는 것, 실행에 대한 고집으로 타인까지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것 등... 물론 리오처럼 해야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나처럼 하면 모든 일은 시작도 되지 않을 거라는 거 인정한다. 하, 진짜 갈수록 꼰대가 되어가는 게 이런 데서도 느껴지네.;;;;

리오의 특별한 능력, 듣는 귀가 드디어 찾아냈다. 온갖 도구들에 묶여 죽어가고 있던 화이트빅을. 주변 상황도 위험했지만 이 의로운 이들은 끝내 해낸다. 마지막에 마침 도착한 해양구조대의 도움도 컸다. 다시 맞이한 고래와 인간의 교감....
"화이트빅이 리오를 다시 밀었다. 리오는 두 팔을 뻗어 화이트빅을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얼굴에 뺨을 대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 이윽고 화이트빅은 천천히 자리를 벗어나더니, 마지막으로 리오를 물끄러미 보고 헤엄쳐 갔다." (275쪽)
모든 격동이 끝난 리오는 이제 차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된다. 엄마를 위해서도, 바다를 위해서도. 리오는 분명 의미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끔 여행지에서 자연의 광활함을 보게될 때, 저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생각하지만 그 연약한 존재들이 떼지어 눈앞의 편안함만 추구한 결과, 거대한 대자연도 속속들이 망가졌다. 이책은 그런 우리들에게 당장 무엇이라도 할 것을, 찾아보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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