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실
기진맥진 2025/01/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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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 김명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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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은 원격이나 출석연수 대신 '자기연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상황과 관련되는 책들을 찾아 읽고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만큼 왕성히 되질 않네... 그래도 오늘은 이 책을 읽었다.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통합교육은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나도 이 학교 5년 근무 중 1번만 빼고 매번 통합학급을 맡았다. 게다가 느린학습자나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명확히 판명난 아이를 맡는 것만 힘든 게 아니다. 진단명만 없을 뿐 더 힘든 학생들도 많다. 그러니 이제 통합교육은 그냥 예외없는 상황으로 알고 대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은 특수교사 1인 포함, 5분의 초등 선생님이 한 장씩 맡아서 쓰신 글을 엮은 책이다. 통합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1장 통합학급 담임으로 보낸 1년]
20년 경력의 신상미 선생님의 글. 어려운 일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선생님들을 존경하다 어느 해 본인이 직접 그렇게 해보셨다. 교사들이 통합학급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건 힘든 게 싫은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바로 그런 경우다. 통제력이 부족한 내가 그 학급을 맡았다가 장애 학생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되어 학급이 엉망되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신 선생님 또한 자폐 학생 호진이를 만나 고전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시작하였어도 맞닥뜨리는 현실이 만만치 않으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호진이가 내는 반향어가 멈추지 않고 큰 울음으로 진행되어 수업시간에 진땀을 흘리고, 가까이 접근했다가 꼬집혀 난 상처가 손에 가득하다면 어찌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선생님은 의사소통에 집중하셨다. 처음부터 제지나 통제하는 말만 하면 뭔가 말하고 싶었던 호진이는 얼마나 좌절할까. 결국 답답해서 반복과 울음이 더 심해지는 것이라 판단하신 것이다. 때로는 도저히 알아내기 어려워도 일단은 아이가 하고자하는 말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주파수를 찾아가는 시도가 충분히 있어야한다. 선생님은 그 일을 끈기있게 학급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며 잘해내셨다. 때로는 실망감에 주저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객관적 관점에서 학부모의 모든 요구에 즉각 응할 수는 없는데, 그랬다가 멀어지는 관계, 느껴지는 원망... 또 비장애 아이들에게서 때로 느껴지는 이기심과 속셈... 이런 건 그냥 마음을 접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에게 기대하면서 기대하지 않는 것, 이 모순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일단 선생님의 불안감이 낮아졌고 (이게 중요하다. 나도 이게 가장 큰 문제) 조금은 편하게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의 과제와 역할 부여, 성공했을 때의 격려(하이파이브), 이런 것들로 호진이는 점차 학급의 일원이 되어 갔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두고 싶어 적어본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놀라운 방법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즉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그 과정이 교사의 길이었다." (80쪽)
[2장 핵인싸 김동우]
이 글을 쓰신 이원란 선생님은 우연히 들른 도움반 교실에서 자폐학생인 동우를 만나 첫눈에 반해 다음 해에 그 학급을 맡으신 경우다. 아이의 매력에 빠지신 것만으로도 선생님의 성품이 밝고 긍정적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면 나랑 상관없는 아이에게 그렇게 빠질 것 같진 않은데.... 게다가 아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때로 질투심(?)까지 느끼시는 걸 보면 찐사랑꾼이시다. 나한텐 이런 마음이 없어 좀 낯설긴 했다. 학생의 사랑을 왜 갈구해...^^;;; 하지만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 그 성품도 능력이다. 마지막장에 쓰신 문장이 그걸 말해준다.
"나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을 리 없었다. 나도, 보담반 친구들도 동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을 뿐이었다." (147쪽)
조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의,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은 사랑이 부족해서인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예뻐하고 피차의 애정표현을 즐기는 성향도 있고 무덤덤히 책임을 다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이다. 성향에 따른 표현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게다가 마음 다해서 사랑해도 실패하거나 고난에 처할 수 있더라고. 그래도 이왕이면 밝고 따스한 사랑이 퐁퐁 솟아나는 교실에서 행복을 만들기 쉬울 것이다. 지향점을 그렇게 놓고 가자. 그리고 분명한 건, 아이를 싫어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도 이것만은 절대 조심한다. 그래서 아이가 밉거나 괘씸할 때, 그 마음을 없애려고 죽도록 에너지를 쓴다. 이 고통은 남들이 잘 모를 것이다.
2장의 내용이 내내 훈훈할 수 있었던 건 첫째로 학급 아이들, 둘째로 도움반 선생님과의 협력 관계 때문이었다. 동우의 매력을 진심으로 좋아해준 아이들, 엄마와 아빠처럼 공조체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우를 위한 일이라면 일거리가 늘어나는 걸 불사하고 추진하셨던 두 선생님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행복한 통합교실의 전형을 본 것 같았다.
[3장 내가 만났던 아이들, 나를 키워준 아이들]
이 장은 통합학급과 1학년 경험이 많으시고 비고츠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지금은 공모 교장으로 가신 한희정 선생님의 글이다. 10개의 챕터가 들어있었는데 각각의 챕터가 다 다른 학생과의 경험이었다. 진짜 이분은... 이론과 경험을 겸비하신 분이다. 그렇다고 남이 못하는 걸 손쉽게 할 수 있냐? 그럴 리가 없다. 그냥 고생기였다. 맘고생 몸고생. 다만 길을 어느정도 알면서 가기에 선뜻 맡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길을 만들어본 사람이기에 또다른 길을 만들기가 좀 더 쉬울 뿐이다. 또한 좌절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한계점(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특히 가정의 문제)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다경험자의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안팎으로 능력자로 알려진 한선생님이지만 통합교육에 있어선 최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황을 오픈하고 도움을 청할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164쪽)
앞으로 나의 상황도 이럴텐데 나의 성향상 이걸 '아쉬운 소리'라 생각하고 끙끙 앓을 확률이... 지원 인력이나 협력교사의 도움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지면 알겠지. 고양이 손이라도 감사하다고 절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진짜 능력자는 협력을 사양하지 않는다.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역할을 최대치로 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학교 밖의 도움까지도 찾고 찾아 최대한 연결해주려 했던 선생님의 노력이 들어있었고 고마운 기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계점도 존재한다는 것 또한 다시금 느꼈다. 특히 가정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 부모가 자신조차 망가뜨리며 사는 경우 교사 혼자 피를 토해봤자 소용없다. 쓴물을 삼키며 할 수 있는 역할까지만 하는 수밖에.
"교사가 아이의 가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저 안전한 교실을 만들고, 믿어주고 함께하는 어른이라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222쪽)
그래도 이게 최후의 버팀목인 아이들도 꽤 있다. 글 중에 가출해도 학교에는 왔다는 아이, 똑같진 않지만 나도 겪어본 이야기다.ㅠ
한선생님은 학부모와의 소통에도 마음을 많이 쓰셨고 발전의 모습이나 특별한 사건을 가정에 설명해 부모의 불안감을 낮춰주려 노력하셨다. 그런 한쌤도 한 어머니와의 관계에선 또다른 성찰을 하시게 되는데, '기대치'와 '객관적 전달'에 대한 성찰이었다.
"기대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205쪽)
어려움이 휘몰아칠 때 세밀한 부분을 볼 여력이 없을 수 있지만 가능하면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10개나 되는 사례를 읽으며 가장 힘들게 느껴진 경험은 6학년이었다. 비호감이 굳어져 아이들이 기피하는 경우. 이런 때는 아이들에게 내가 상처받는다. 설득이 너무 어렵고, 그나마 예의를 차리는 아이들도 내 앞에서만 잘한다. 그러다 갈등이 폭발하면 모든 화살을 교사에게 돌리는 경우.... 진짜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ㅠㅠ 그래도 아이들의 글에는 희망이 보였다. 선생님의 표현대로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도록 연습'하는 일에 교육력을 써야지 어쩌겠나. 한 번에 되리라는 욕심을 갖지 말고.
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선생님은 이렇게 회상한다.
"매번 나를 한 단계 도약하게 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늘 깨어 성찰하게, 찾아서 배우게, 무엇이든 행동하게 만들었다." (150쪽)
"돌아보면 매번 다른 아이들과 넘쳐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은 내 삶의 역사이자 인생의 양분이었다. (230쪽)
솔직히 도약 안해도 좋으니 평탄한 반을 맡고 싶다...가 나의 진심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던져진 걸. 한쌤의 많은 사례에서 성찰하며 배운다.
[4장 나의 통합교육 연대기]
이 장을 쓰신 김명희 선생님의 성함은 익히 들었다. 관련 강의와 저서에 많이 참여하고 계신 것 같다. 선생님은 자녀를 통해 특수교육에 입문하신 케이스다. 타고난 학습력에 개인적 상황까지 더해져 스펀지처럼 관련 공부를 하신 것 같다. 본인 또한 휴직 중엔 우울증과 공황까지 앓고 계셨으나 사명에 몰두하게 되자 그 증상은 없어졌다.
긴 휴직기간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지방의 작은 혁신학교로 복직하며 선생님의 '실제'는 시작되었다. 배운것을 본인의 연구로 확장하고 적용하는 데 탁월하신 것 같다. 특히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의 접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 나도 이거 연수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감...ㅠㅠ 읽다보니 몇가지 생각나는 것은 있다. 특히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모토. 이거야말로 통합교육과 딱 맞는 목표가 아닌가? 이 책을 읽고나면 수업에 관련된 책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런 분이 가까이 계셔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활동을 조직하고 어떻게 과제를 조정해야 모두 참여하는 수업이 될 수 있는지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5장 통합교육으로 떠나는 여행]
특수교사이신 이종필 선생님의 글. 이분은 페친이라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평소에도 접한 바 있다. 예전부터 '학교에 단독적 존재인 특수교사는 참 업무도 많고 외롭겠다' 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최근의 몇몇 일들로 그 어려움을 더 알게 되었다. 서로 따뜻한 말이라도 나누며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협조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통합담임에 대한 첫 조언부터 매우 실제적이다. 정확한 정보 수집(특히 긍정적 정보), 필요한 지원과 환경 조정 알아보기, 관련 서적 한 권 제대로 읽고 옆에 두며 참고하기 (난 지금 책 읽고 있으니 한가지는 하고 있구나^^;;;)
학생의 강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라는 조언이 당연하면서도 낯설다. 장애학생을 파악할 때 어려움에 늘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강점을 찾아 염두에 두려고 노력하면 여러가지 효과가 따른다. 시각적 지원에 대한 안내도 내겐 새로웠다.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미리미리 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3월 첫 2주는 통합반 적응기간인데, 이때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라는 조언이 아주 가깝게 와 닿았다. 도와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제외하지 말도록 하자.
개별화지원팀회의의 중요성도 알려주셨다. 난 그동안 관련자 모두가 팀으로 모여서 하는 회의는 못해봤다. 특수교사, 담임(나), 학부모 이렇게 셋이 하거나 학부모님이 불참해서 특수교사와 간단히 정보나누고 끝난 적도 있다. 올해는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언어발달이 늦은 학생과의 의사소통 방법도 유용하다. (괜히 특수교사가 아니구나...) 사소한 생활 속의 장면들. 하지만 엄청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
'도전적 행동'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아마 통합학급에 대한 부담감 중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그 행동 중 대부분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다. 그 행동의 이유를 잘 찾는 현명함이 필요한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으면 어쩌지. 걱정이다. 어쨌든 나부터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기, 분리는 신중하게 하기. 잘 기억하고 있자.
가장 많은 고민은 수업참여가 아닐까. 선생님의 설명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있고 기존 자료도 있긴 한데... 우리 학교 특수반 선생님께도 문의해 봐야겠다.
이 모든 것들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섯 분의 선생님 말씀의 공통분모는, 이러한 노력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를 성장시키고 교사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두렵지만 걸음을 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두렵고 말고를 따질 수도 없이 이미 거의 모든 학급이 출발선에 서 있다. 머뭇거려봤자 닥치면 뛰어들게 돼 있어! 좀 더 알고 힘내서 즐겁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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