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수를 들은 기분
기진맥진 2025/01/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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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수학 습관의 힘
-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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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아니 올해구나) 저학년을 맡을거 같은데, 넘 오랫만인데다가 역대급 힘든 학년으로 파악되어 있어서 여러가지로 대비가 필요하다. 생활면으로 힘든 건 닥치면서 해결해야지 미리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학습준비는 미리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이 책의 장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일단 독자층이 한정적이지 않고 매우 보편적이다. 학부모가 읽어도 좋겠고 교사에게도 참고가 많이 된다. 교사들 중에서도 저중고학년 고르게 적용이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습관에 관한 책이니 저학년 때 적용할수록 효과가 크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학년을 걱정하며 준비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내용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난 저자샘보다 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교사로서 이런걸 후배들한테 전수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사 배우고 있다는 게 참 부끄럽긴 하다. 수학은 국어 다음으로 시수가 많은 교과이고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연수는 덜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수학시간이 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자람이 항상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저자쌤의 지도내용 중 나와 같은 게 나오면 '오~ 역시 짬밥은 그냥 먹었던 게 아니야' 하면서 위안하기도 하고 '아 이런 부분 내가 소홀했네'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장별로 인상깊은 내용들을 메모하며 읽어보았다.
[1장 내 자녀의 수학공부 잘 되고 있나요?]
여기서 지적한 과잉 공부의 무익함, 심지어 유해함과 위험성에 심히 공감한다. 조급함이 자녀의 지금 당장 점수를 올릴 수는 있다 하더라도 장기전에서 실패하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상누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좋지 않은 습관과 태도를 낳는다. 문제풀이 폭탄을 퍼부어주면 더 중요한 것을 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그 '더 중요한 것'으로 저자샘이 제시하신 것에도 동의한다. 기초체력과 건강(운동), 독서, 악기 배우기 등이다. 특히 악기는 일찍 중단시키는 경우가 내가 체감할 정도로 늘어났다. 내가 젊은 교사였을 시절 악기 배우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종류는 지금보다 적어서 피아노에 한정되었어도 말이다. 4학년만 되어도 반에서 반주자 정도는 쉽게 뽑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5,6학년에서도 힘들다. 고학년 되면 예체능 분야를 다 끊고 교과지도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이유는 "전공시킬 것도 아닌데 왜?"다.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능 한 가지를 갖추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평생 친구와 즐거움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예체능 사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그 수많던 음악학원이 거의 다 사라졌다. 저출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2장 수학공부의 기초체력 만들기]
초등학교 때 꼭 심어야 할 '수학씨앗'으로
- 흥미와 자발성 유지
- 책과 숙제 스스로 챙기기
- 생각하는 힘 기르기
- 독서를 바탕으로 내공 쌓기
이렇게 4가지를 제시하셨다. 학부모님들께 잘 안내드리면 좋을 내용이다.
다음으로 길러야 할 공부 체력은 집중력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것이 어설픈 선행학습이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게 하려면 손에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13쪽) 이거 정말 내가 3월 첫날부터 강조강조하는 학습훈련 첫번째이다. 이걸 허용하는 교사는 반쯤 포기한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중요하다. 교과전담을 할 때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들 책상 위 물건을 제재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어쩌다 한분씩 계셨다. 그반 수업 당연히 잘 안된다. 열에 아홉은 딴짓 딴생각 하고 있다. 이걸 그냥 두고 수업하면 내 목청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올해도 이건 확실히 잡아가며 시작해야겠다.
'먼저 풀지 않기'도 중요하다. 슬쩍슬쩍 이러는 아이들이 있는데 단호히 못하게 해야 한다. 가끔씩 설명이 급해서, 하도 잔소리가 많은 것 같아 다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도 있는데 이것 또한 수학수업의 전제조건이므로 반드시 확실히 해야겠다.
'문제 제대로 읽기'도 강조할 내용이다. 저자샘은 핵심단어, 조건어에 동그라미 치기로 지도하셨다. 이건 내가 못해본 방법이다. 저학년이 될까 싶지만 시범 보여주면서 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겠다. 뭐든 정신차리고 정성껏 생각하면서 하는 연습으로 필요하겠다.
'무엇이든지 하기'라는 아주 애매한 지시어가 있는데, 이건 풀이과정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적어가며 해보라는 뜻 같다. 문제마다 적절한 방식이 다르니 이렇게 통칭했다. 복잡한 문제나 문장제 문제에 필요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든, 식을 쓰든 표를 그리든... 과정을 위해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한두번 말해서 될 게 아닌 것 같지만 처음엔 교사와 함께 하면서 "이런게 '무엇이든지 하기' 예요. 다음엔 여러분이 스스로 해볼 거예요" 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3장 흔들리지 않는 수학실력을 위한 기초 수학 습관]
이 장에는 수학 근력을 다지기 위한 기초 수학 습관 14가지가 나온다.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언급해 보겠다.
- 글씨 바르게 쓰기
글씨가 수학에 중요해? 중요하다! 근데 정말 글씨처럼 바로잡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내가 무른 탓이겠지? 싹다 지우고 쉬는시간에 처음부터 다 쓰게 시키면 어느정도는 잡힌다. 예외없이! 남겨서라도! 근데 나는 이게 좀 안되는 편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될까.... 독하게 먹어야 할 만큼 사실 글씨는 중요하다. 이쁜 글씨를 쓰라는 게 아니다. 반듯하게는 써야 한다.
- 비스듬히 풀지 않기
이건 바른 자세와 관련있다. 아이들 자세의 심각성이 해마다 경신된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경증인 아이들은 3월 한달 잔소리에 바로잡히지만 중증인 아이들은 1년이 가도 고치기 어렵다. 자세 불량인 아이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갖고 있다. 집중력, 글씨, 심지어 식습관 등등... 가정에서 함께 노력하고 본인도 의지를 가져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비스듬히 풀거나 쓰는 습관은 모든 학습에서 안 좋은데 수는 특히 자리값을 따라 똑바로 맞춰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작은 팁으로 세로셈 점착 메모지를 알려주셨는데 학급운영비 쓸 때 기억해 놔야겠다.
- 틀린 문제만 채점하기
저자샘의 채점방식이 나랑 달랐다. 요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저자샘이 나보다 옳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복습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비우고 깨끗하고 눈에 잘 띄게 채점하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동그라미를 번호 가까이 작게 그리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이 틀린 표시에 상처받는다고들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해봤자 솔직히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거 인정한다. 틀린 문제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틀린 답 지우지 않고 옆에 정답 적기
요것도 내가 강조해서 지도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통일하는 게 좋겠다. 채점펜도 적당한 걸로 정해서 내가 일괄 사줘야겠다. 학기초에 필통속 기본준비물로 안내해주긴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다 빼놓고 오는지 아무걸로나 아주 보기싫게 채점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정확하고 깨끗한 채점도 피드백과 복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습관이다.
- 연필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풀기
눈으로 쓰윽 보면서 하면 놓치는게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찾거나 세는 문제는 꼭 이렇게 하는 습관을 들이자.
- 문제 읽고 동그라미 치기
2장에서도 나왔던 내용인데, 대충하지 않고 면밀히 보는 습관. 중요하다.
- 문제와 계산을 구분해서 적기
문제에다 직접 계산하지 말고 문제 옆이나 밑에 계산하라는 뜻이다. 이건 답쓰는 것 뿐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풀이과정을 쓸 때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쓰는 경우를 많이 봐서, 나도 이렇게 지도한다. 등호 한두개 더 쓰는 것에 불과한데도 아이들은 안하면 안되냐며 귀찮아한다. 하지만 저자샘의 설명을 보니 계속 그렇게 지도해야겠다.
세로로 풀기, 맞추어 풀기
- 이건 위의 방법의 연장선으로, 등호를 아래로 쭉 줄맞춰서 계산과정을 쓰는 방법이다. 일목요연하고 어디에서 틀렸는지도 점검, 확인할 수 있으며 오류도 훨씬 적은 것을 볼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도록 연습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질릴 정도의 분량을 주면 안 된다. 1장에서 강조한 과잉공부를 경계하며, 분량은 줄이되 확실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장 수학성적 향상의 지름길, 생각정리 공부법]
이 장의 키워드는 '메타인지'라 하겠다. 메타인지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공부의 재미도 알게 된다. 그게 쉽게 생기는 거라면 걱정할 사람이 없겠지만... 저자샘은 가장 먼저 '설명하면서 문제풀기'를 제안했는데 이건 확실히 일리가 있다.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설명이 막히는 부분, 거기가 바로 내가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다. 오래전 내가 교과전담을 할 때 수업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자 설명을 시나리오처럼 쭉 써본 적이 있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쓰다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그부분 참고자료를 더 찾아본다. 이런 식으로 수업준비를 했더니 수업의 완성도가 제대로 높아졌다. 아이들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설명을 되도록 자주 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그외 모르거나 실수한 부분에 빨간 색 표시하기, 자신만의 주의사항 쓰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셨다. 문장제 문제를 풀 때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문제집에 대한 조언도 있어서 학부모님들에게 참고가 되겠다. 중요한 건 양으로 승부하지 말라는 점! 나도 학부모총회 때 "교과서로만은 숙달 면에서 조금 부족하니 문제집을 풀되 한권만 준비해서 교과서 진도와 맞춰 복습해주세요." 라고 안내하곤 했다. 요즘은 좀 극과 극인 경향을 보인다. 한 권도 안시키거나, 너무 많이 시키거나.... 적정선을 잘 찾으면 좋겠다.
이 장에서는 오답풀이 방법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오답공책을 쓰지 않는다. 한두번 시도해봤다가 접은 경험이 있다. 저자샘은 오답풀이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일괄적 오답공책 쓰기에는 회의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더 고민하고 방법을 확립해야 할 부분이다.
[5장 학년별 수학 공부법]
[6장 수학관련 Q&A 모음] 에도 저자의 내공이 보인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참고할 것이 있다. 수학 관련 보드게임 소개도 들어있다.
리뷰가 엄청 길었는데 나중에 내가 다시 보려고 적은 것... 올해는 나의 취약부분을 좀 채우면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오늘을 연수날로 칠 수 있겠다. 좋은 연수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이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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