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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사냥꾼 두실
  • 지슬영
  • 11,700원 (10%650)
  • 2025-01-15
  • : 125
역사동화의 시대배경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사료가 적은 고대로 갈수록 쓰기 어렵지 않을까? 더구나 문자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라면....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도 있을까? 있다, 바로 이 책이다. 나는 두번째 읽어본다. 첫번째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사라질 아이>고 두번째가 이 책이다. 더 있겠지만 내가 읽어본 중에는 그렇다.

문자로 된 사료가 없는 선사시대 서사의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 작가님 모두 유적에서 찾으셨다. <사라질 아이>는 반구대 암각화, 이 책은 암사동 유적지다. 내가 볼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역시 작가님들의 눈은 남다르다. 뭔가를 길어올리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상상의 힘으로. 그러면 그 시대의 현장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것이다.

신석기시대? 농사를 겨우 시작하고, 여전히 채집과 수렵은 중요한 생산수단이고, 움집을 짓고 부족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그 시대. 그 시대에도 사람이 당연히 살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나와 같은 존재로 여겨 왔었던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지만 아닌 것 같다. 나와 같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존재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엔 생존 자체가 급선무였을 테니까. 하루하루가 살아남기를 위한 과업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의 질이 지금과 달랐을까? 그렇다면 역사가 발전해오지 못했겠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본질에 충실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의 서사를 만들면서 그 시대 아이의 회의와 고민이 이 시대 아이들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첫째는 자존감이고 둘째는 다양성이다. 역시 중요한 화두는 시대를 뛰어넘는가?

두실이는 버들숲 마을의 핵심 사냥꾼인 큰뫼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훌륭한 사냥꾼으로 만들고자 했다. 부족 남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실이에게는 사냥이 맞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초조함과 질책 앞에서 두실은 작아져만 가는데...

두실에게도 좋아하는 일은 있었다. 바로 만들기다. 조개껍데기에 얼굴을 새겨 목걸이로 만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암사동에서 인상깊게 본 유물이 바로 이것), 활과 화살도 잘 만든다. 하지만 역할이 고정된 부족사회에서 그런 재능은 아버지의 수치일 뿐이었다. 반대 상황의 인물도 나온다. 이웃 갈대 마을의 가람비라는 여자아이. 여자아이지만 활을 잘 다루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한다.
"그냥 나로 살면 좋겠다. 달라지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의 나대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살게끔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간다.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지만 책 속 인물들에겐 지독한 재난이다. 많은 희생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들을 생산해 낸 두실, 언제나 두실을 격려하던 단짝친구 흰달, 이웃마을 아이지만 고난을 함께 겪은 가람비, 세 아이가 저마다의 역할로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서사 중 몰입이 안되었던 부분은 두실의 아버지가 마을 화재 때 돌아가신 게 아들의 선물(목걸이)을 챙기다가 그랬다는 부분이다. 티내지 않던 아버지의 부성애를 부각한 설정이라서 감동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게 싫어. 아 목숨이 달렸는데 그딴 물건이 뭐라고... 이런걸 보고 "엄마 T야?" 라고 하는 건가... 어쨌든 감상에 방해되는 나의 성향 중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외의 서사는 기대 이상으로 몰입감과 속도감 있게 읽혔다. 선사시대 이야기를 읽고 Z세대 아이들이 인생과 진로를 논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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