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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아주 멋진 집이에요
  • 나카가와 치히로
  • 12,600원 (10%700)
  • 2025-01-13
  • : 670
다양한 화자가 나와서 자기 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 화자는 자연 속의 작은 생물들부터 시작한다. 개미, 나비, 거미... 각자가 자기 집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끝에는 약간의 곤란한 점이나 위험한 점, 성가신 점 등이 따라붙곤 하는데 대체로 천적이거나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하지만 그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대수롭지 않은 일로 표현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사는 생명들의 마음가짐인 걸까.

개미네 집은 모두가 알다시피 땅 속에 많은 방들이 있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열심히 방을 만들지만 삽질 한방에 쉽게 뒤집히는 게 개미집이기도 하다. 나비네 집은 노랑과 초록으로 된 동그란 집. 집이자 아가들의 먹이이기도 한, 바로 배추! 이어서 나비들을 위협하는 거미, 거미들을 위협하는 제비가 연이어서 나온다. 냉정하게 말하면 먹이사슬이면서도 슬프거나 끔찍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제비를 집적거리는 건 고양이다. 고양이의 집은 집사랑 사는 그곳이지. 집사의 품에 안겨 잠을 자면서도 "내가 귀여우니 어쩔 수 없지." 하는 고양이. 마지막으로 집사의 집. 여기 나온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마당 있고, 해가 잘 들며 온갖 초록과 따뜻한 색깔들이 함께 있는 집이다. 누구나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는 추억 속의 집. 하지만 이런 집에서 살려면, 수많은 생명을 품고 함께 살려면 엄청 부지런해야지. 그런 생각부터 튀어나오는 나는 회색도시에 적응해버린, 일 못하고 게으른 사람.^^;;;

윤곽선 없이 부드럽게 퍼지는 그림이 따스하고 평안한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자세하진 않지만 각 생물들의 생태도 간결하게 나타나 있어 생태그림책의 요소도 어느정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나비의 애벌레는 배추를 먹고 성충이 된 나비는 유채꽃과 라벤더 등의 꽃꿀을 먹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매끈매끈하고 동그란, 초록과 노랑이 섞인 집' '어른을 위한 까페' 이렇게 시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지식책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림만큼 언어도 부드럽다는 뜻이다.

읽을 때 꼭 음독을 추천하고 싶다. 가정에서라면 부모와 자녀가, 학교에서라면 교사와 학생이 각 화자들의 역할을 맡아 소리내어 읽어보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고나서 "아주 멋진 집이에요."로 시작하는 자기 집 소개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학교에서 할 때는 좀 세심한 인도가 필요하긴 하겠다.

집만큼 소중한 게 또 얼마나 있을까. 나같은 집순이가 아니라도 집은 최종 안식처니까. 집은 모든 걸 내려놓고 가장 편한 내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아이,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거나 집에서도 쉼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집'을 소중하게 가꾸는데 좀더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좀 그래야겠다. 정리도 좀 하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어떤 생명이든 다른 생명의 '집'을 침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사실 범인은 온리 인간이지 뭐...ㅠ 이 책의 색감처럼 아름다운 색 속에서 살고 싶다면 다른 생명들의 터전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참 많은 것을 담은 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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