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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루님의 서재
  • 디디의 우산
  • 황정은
  • 12,600원 (10%700)
  • 2019-01-20
  • : 10,846

많은 이들이 황정은 소설의 정치성을 말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이 실제로는 비정치성을 수행하고 있다고 느낀다. "누구도 죽지 않는 이야기"라는 이상에는 너무나도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그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점에서 나는 그의 작품이 새롭기보다는 진부하고, 치열하기보다는 순진하다고 생각해왔다. 불편함에 대한 감수성을 민감하게 유지하는 것으로는 불편함을, 나아가 죽음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 않는가. 끊임없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이 세계를, 그 배제된 것으로부터도 무언가를 다시 배제하는 이 세계를, 상식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폭력을 바라보고 느끼며 기록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윤리에 대한 호소? 작은 것에 대한 감수성? 회복되고 발견되어야 마땅한, 기각할 수 없는 이 가치들은 왜 좀처럼 구현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문학적 답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을 가지고 작가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문학은, 더군다나 정치나 혁명에 대해 말하는 문학이라면 이 고민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한 것은 이 세상과의 싸움이었는가 세상에 대한 논평이었는가. 비분강개하여 나와 남의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과,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계속 더듬기만 하며 대들지 않고 나지막이 읊조거리는 것. 전자를 진정한 정치라 신화화하는 것도 역겹지만 후자를 섬세한 정치라고 상찬하는 것 역시 건강해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답이 필요하지 않은가. 내가 정치와 문학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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