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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ong님의 서재
  • 꽃, 들여다보다
  • 기태완
  • 14,850원 (10%820)
  • 2012-02-15
  • : 187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건, 꽃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이었다. 함께 길을 걷다가도 눈에 보이는 모든 꽃과 나무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이건 무슨 나무인데 잎이 어떻고, 이건 무슨 꽃인데 꽃잎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도통 그 꽃이 그 꽃이고 그 나무가 그 나무로 보일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건 멀리서도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하는 능력이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대로 소나무는 잎이 3개, 잣나무는 5개씩 붙어있다니, 이제부턴 나도 가까이에서는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이름도 모르는 꽃들을 좋아했고, 그렇게 조금씩 이름을 익혀나갔던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 수준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그러니까 고대 한반도와 중국, 일본의 국가들에서 지어진 시 속에 담겨진 꽃들에 해석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한자어나 현재는 쓰이지 않는 말들이 많아 해석을 읽어도 내용이 도통 이해되지 않는 시가 많았지만, 저자의 해설을 읽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려운 한자어나 다른 시에서 차용해온 시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꽃과 나무들 중에 인상깊었던 것들을 꼽아보자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목련은 일본에서 온 품종이 대부분이라는 것. 흔하게 보아온 이 나무가 우리나라 품종이 아니었다니. 또한 열매가 너무 친숙해서, 그 열매를 맺기 전에는 반드시 꽃이 피었을 거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배꽃, 석류, 귤, 심지어는 꽃이 있는줄조차 몰랐던 차나무. 그러나 역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벚꽃과 무궁화였다. 벚꽃놀이 문화 자체가 일본에서 일제시대때 건너온것이며, 가장 유명한 벚꽃놀이 장소인 여의도에 심겨진 벚꽃들이, 과거 일제가 한 나라의 궁궐을 한낱 놀이장소로 격하시켜 일반인들에게 유희장소로 공개했던 창경궁에 심겨있던 벚꽃들을 옮겨 심었다는 것, 또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진해의 군항제는 전국 최대의 벚꽃 축제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사실들 뿐이다. 또한 무궁화에 대해서는,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는 무궁화를 각종 돌림병의 근원이라는 괴이한 소문을 퍼뜨려 뿌리뽑고자 했다는 것, 우리 나라에는 무궁화의 자생지가 없다는 것, 그래서 나라꽃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 등이 인상깊었다. 그러나 저자의 의견처럼 나 또한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정서에 뿌리깊히 박혀 있었고, 나라꽃으로써 강제적으로 지정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주위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달았다. 이름도 낯설고 그 꽃이나 나무에 대해 읽기 시작해도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르겠다가도, 다음 페이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서야 '아! 이거!' 하면서 놀라기를 반복했다. 원추리나 배롱나무는 정말이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생김새는 놀랄만큼 친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 봤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것을 보면, 특별한 곳이 아닌 내 생활반경 안에서 보았을텐데, 그것들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음에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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