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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한 불행
- 김설
- 15,120원 (10%↓
840) - 2023-06-20
: 435
#도서제공
🔖엄마는 낯설고 불확실한 행복보다는 익숙한 불행을 선택했다.
🔖그러고 보면 결혼은 90퍼센트가 운이다. 길을 걷다가 맨홀에 빠지거나 다이아몬드를 줍거나 둘 중 하나다. 유동적이고 불완전한 두 존재가 이상한 끌림에 의해 자신을 던지는 일이고, 던진 다음에는 노력에 해당하는 일이 남는 것이 결혼이었다.
🔖살아보니 부부는 서로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미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런 마음을 두려워하지 말았어야 했다. 올바르게 미워하는 일이 매섭게 대립하는 것보다 나았다.
🔖살아보니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었다. 철저히 계획해서 행복을 얻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행복은 그저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부속품 같은 거였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던 행복이라는 그것이 반쯤 감긴 내 눈에 슬쩍 내려앉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혼은 꽤 감동적인 것이다.
💭
부모님의 불화와 가난했던 유년시절, 무언가에 쫓기듯 큰 기대도 없이 성급히 결정한 결혼과 남편의 도박, 2년만의 이혼, 그리고 20년만의 재결합까지 어디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는 작가의 삶이건만 자신의 결혼 생활과 거기에서 깨달은 것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이 책이 왜이리 공감이 가던지.
아마 결혼 전의 나, 아니 신혼 시절의 내가 읽었더라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텐데. 결혼 10년차를 앞둔 지금의 내가 읽기에는, 특히 이 책을 읽던 날 아침 남편과 싸운 덕(?)에 구구절절 공감하는 심정으로 읽어내려갔다.
순탄하지 않았던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든 먹고 살기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던 시절이며, 그 와중에 찾아온 암과 우울증까지 무엇 하나 쉬운 구석 없었던 굴곡진 삶. 거기에 재결합 후 남편의 알코올의존증과 주사, 폭력까지 견뎌내고 나서야 조심스레 행복이 찾아오는 듯 하다는 작가의 고백은 놀랍다.
작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보았을 때 여전히 바뀐 것 없이 힘들고 불행해 보이는 삶이지만 자신과 상대방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마침내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된다. 그것으로 이제야 조금은 행복하다 말하는 담담한 목소리가 어쩐지 위로가 된다.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나와 남편, 우리 부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늘 비슷한 문제로 부딪히는 게 답답했지만 이 책의 작가처럼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했고, 결국 남편이 이해되어 오늘의 갈등도 금세 해결되었다.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돈이 더 많고 더 좋은 집과 차를 가지지 않더라도, 지금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며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도.
결혼 생활에 회의감이 든다면, 가끔 행복하고 대체로 불행하누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분께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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