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ong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제
- 김준녕
- 19,620원 (10%↓
1,090) - 2025-09-09
: 3,495
#도서제공
👹“너희도 너희 자신이 사람이라 생각하잖아. 우리도 그런거야.”
🔖내 마음의 목소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가 이 땅 위에 얼마나 오래 살든 피부에 박힌 가시처럼 이질적인 존재로 생각할 뿐이니까.
🔖지옥은 세상 어딘가에 위치한 공간이 아니었다. 비명이나 절규, 유황 냄새와 끈적이는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곳, 감내할 수 없는 시련이 파도처럼 들이닥치는 곳이라면 지금 당장 내가 서 있는 이 땅도 지옥이었다.
🔖"역사는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사라져."
📖
민경은 가난한 미국 유학 생활중 부와 명예, 외모와 성품까지 완벽한 한국계 미국인 남자친구 한을 만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 한편 한에게는 가끔씩 찾아오는 발작 증세와 준이라는 인물과 얽힌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비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엔젤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의 과거가 점점 드러나고 민경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
이 책은 민경과 한이 연인사이인 1998년 현재와 한과 준의 어린 시절이었던 1979년부터 1982년까지의 과거를 교차해 보여준다. 현재 시점이 왜 2025년이나 더 가까운 현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는데 작가와의 대담에서도 이유가 설명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SNS도 인터넷도 발달되어있지 않은 시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니 어디에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어 더 막막하고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편집 상 특이한 장치가 눈에 띄었는데, 페이지 표시가 바닥글이 아닌 오른쪽 페이지 우상단부터 시작되고 페이지 수가 거듭될수록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에는 우하단에서 끝난다. 책을 빠르게 넘겨보면 마치 추락하는 것처럼.
책을 다 읽은 뒤에야 책의 부제인 ‘지워진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무슨 의미일까 고민해보다가 한의 지워진 이름이 떠올랐다.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멋대로 ’한영‘을 ’한’이라고 불러 이름의 일부를 지워버렸다고.
지워진 이름이 ‘영‘이었던 것도 우연은 아닐것이다. 끝내 영혼을 잃어버리고 광기에 사로잡혀버린 그의 삶과 일맥상통하니까. 남은 글자는 한국의 한이기도, 한국인의 주요 정서인 한이기도, 그가 믿었던 신처럼 유일한 숫자 1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워진 이름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색하게 느낀 것은 준의 가족들 이름이 모두 외자로 표현되었던 점이었다. 정과 희, 준으로 쓰여졌지만 아마 그들에게도 각각 잃어버린 이름, 잃어버린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장르성이나 사회성을 제외하고 인물에 집중해본다면, 한과 준의 닮았지만 다른 점들이 맞부딪히고 뭉뚱그려지다 폭발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도 보여진다. 같은 피부색을 지녔지만 한은 부유한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준은 가난한 한국인 이민자였다. 한에게는 죄가, 준에게는 신이 대물림되고 둘의 삶을 끝내 파국으로 이끈다.
무지가 공포를 낳고 공포가 폭력과 차별을 낳는다는데, 타민족 타인종에 대해 물리적으로 정보가 적고 희소해서 모를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 비해 넘쳐나는 정보와 수많은 이주민들이 존재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차별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된다. 기성세대의 고지식함으로 치부될만한 일인지,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는 희망이 있을 것인지.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